본문 바로가기


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2022 시청자 평가단] 기억의 해각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2022 시청자 평가단] 기억의 해각
내용 이견이 없다. 이건 좋은 드라마다. 나쁜 드라마는 쓸 말이 많은데 좋은 드라마는 어떻게 해야 이 좋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좀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 사회에서 알콜중독은 심각한 문제다. 알콜중독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알콜중독자로 분류되기 위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다. 술을 많이, 빨리, 폭음하고 섞어먹고 2차 3차 가고 만취하고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게 당연한 문화에서 알콜중독자로 치료를 받는 환자의 이야기는 소재부터 그 깊이와 어둠을 담보한다.
알콜중독자의 아내가 알콜중독자가 되는 일은 흔하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고, 알콜중독을 극복한 남편이 아내를 돌보는 일에 있어 한계에 봉착한 상황들은, 암에 걸린 중환자 아내들이 남편들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 현 시대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남편을 지극히 사랑해서, 알콜중독 상태에서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 남편을 용서하게 될까봐, 분노를 잊지 않으려고 술을 마시고, 주변의 만류 속에서 자신의 음주를 긍정하는 청년 해각을 만나 교감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약간 우려되는 측면은 있다. 알콜중독자에게 술을 권하고, 술을 마시는 게 잘못인가? 죽자는 것도 아닌데. 라는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은가?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측면에서 그건 주인공의 현실 도피에 힘을 실어주고, 그랬기에 결말로 가는 여정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방영 당시 19세 미만 시청불가로 방영이 되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구나 찬란한 과거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비교하면서 산다. 어떤 유명인은 “비교는 불행해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주인공의 삶은 일견 그 말과 어울리는 듯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말할 수가 없다. 이건 비교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했던 것이 사라진 거다. 그러한 상실의 아픔, 그리고 그 상실을 잊고 넘어가려는 자아와 그 상실을 잊지 않으려는 자아의 싸움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어린 주인공이 말했듯 고통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고 새로운 시간이 자라난다. 상실을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잊으려던 주인공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을 자신의 안에 남겨둔 채 앞으로 나아간다.
알콜중독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