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히스토리(18) | |
내용 |
최초의 막장드라마로 낙인찍힌
MBC-TV 일일극 ‘개구리 남편’ 1969년 11월 17일부터 1970년 3월 13일까지 MBC-TV는 일일극 ‘개구리 남편’을 내보냈다. 김동현 극본, 표재순 연출이었고 내용은 물론 가정과 가족이었다. 건설회사 회사원의 가정과 처가 덕으로 사는 가정, 그리고 부부싸움으로 나날을 보내는 가정, 이 세 가정을 통해 그 당시 현대 직장인의 생태를 그리고자 하는 의도로 출발했었다. 최불암, 주 연, 조영일, 김혜자, 도금봉, 김관수(탤런트 사미자의 남편), 백일섭 등이 출연했는데, 정작 이 드라마는 그 무렵 우리네 가정의 생태를 그려보자는 긍정적인 의도와는 달리 처음부터 외도와 불륜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엄청난 지탄 속에 방송되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직장인 최불암이 출장을 핑계로 바람을 피우고, 그로 인한 가정파괴와 사회적 윤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다반사고 거의 모든 드라마에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당시로서는 이러한 윤리파괴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엄청난 비난거리이기도 했다. 그만큼 TV드라마의 윤리성이 강조되었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 대해 그 당시 방송윤리는 엄격한 편이었다. 조금이라도 비난받을 소재나 일탈의 내용은 드라마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MBC가 불쑥 이런 이야기를 그것도 아무나 보는 가족시간대의 일일연속극으로 내놓은 것이다. 21세기 막장드라마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해당 1969년이면 이미 국영방송 KBS와 민간상업방송 TBC가 출발한 상태였고, 그러니까 MBC는 후발주자로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든 주목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TV드라마 초창기이기도 하지만 특히 일일연속극이 이제 막 자리 잡으려던 그런 때였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시기에 KBS의 대하 일일극 한운사 극본, 김연진 연출의 ‘아버지와 아들’이 나왔고, TBC는 최초의 국민드라마가 된 일일극 ‘아씨’(임희재 극본, 고성원 연출)를 방송해 바야흐로 일일극 전성시대를 열고 있었다. 이래저래 초조해진 MBC는 일일극으로 불륜이 살짝 들어간 이 ‘개구리 남편’을 택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드디어 자기네 가정에도 이와 같은 비윤리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면서 숱한 화제 속에 비난과 개탄을 금치 못하며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이 ‘개구리 남편’이 한국TV드라마 사상 최초의 막장드라마가 된 셈이다. 고작 그 정도를 가지고 막장드라마라고 낙인을 찍을 수 있을까 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21세기 들어 대략 2000년 이후에 나타난 험악하기까지 한 온통 파괴적인 드라마로 장르 화 단계까지 간 막장드라마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훗날 21세기의 기준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드라마에 해당할 수도 있는 드라마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 정도의 ‘개구리 남편’이 우리 TV드라마 사상 최초의 막장드라마라고 할 수 가 있다. 1969년 그해 MBC 공채 탤런트 1기생으로 남녀 각 15명씩 모두 30명의 탤런트가 뽑혔고, 그들 가운데는 조경환, 박광남, 임현식, 박상조, 박은수, 김애경 등이 들어 있었다. 훗날 MBC는 왕년의 드라마왕국 대신 한때 마치 막장드라마의 기지국처럼 인식되었고. 그때 데뷔한 탤런트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막장드라마는 갈수록 극악의 극치로 그리고 그해 7월에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고, TV수상기 대수는 22만 3천 6백여 대로 집계되었다. 그리고는 세월도 흐르고 드라마도 변하여 2010년 무렵에는 드라마기획력의 부족과 창의력 빈약에서 비롯된 매너리즘에 빠져 MBC는 말할 것도 없고, SBS와 KBS까지 본격적인(?) 막장드라마가 창궐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온갖 악행과 패륜과 부도덕을 자행하며 끝없는 일탈과 정서파괴가 마치 드라마의 정설처럼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개구리 남편’이 방송되던 그해에 뽑힌 MBC공채 1기 탤런트들 중에서도 이미 죽거나 대부분 사라진 상태인데 그 사이 막장드라마는 마치 좀비처럼 엄청나게 변형되거나 진화해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흔히 드라마는 당대를, 당대의 사회상을 비춘다고 한다. 막장드라마 때문에 세상이 이토록 험악해졌는지, 아니면 세상이 극악해져 급기야 막장드라마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드라마들이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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