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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참 좋은 시절(KBS2)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참 좋은 시절(KBS2)
내용 괜찮은 드라마 ‘참 좋은 시절’


KBS 2TV 주말연속극 ‘참 좋은 시절’은 보기 드물게 지방이 무대다. 이미 몇 해 전 제주도를 주 무대로 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가 있었으나, 그 경우는 제주를 배경으로 했을 뿐 엄격히 말해 그 지방을 소개하려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러나 ‘참 좋은 시절’은 다르다.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의 현재를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광고하는 적극적인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무대가 어디든, 그 지역을 홍보하든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로 서울 중심의 연속극에서 이야기의 장소를 지방으로 옮겼다는 점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더 중요한 것은 모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 성실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나마 삶의 냄새가 묻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적잖은 주말연속극들이 그다지 내세울만한 테마감각 없이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나 억지스럽고 뒤틀린 갈등구조를 내세워온 것이 대세였던데 비해, 별다른 무리 없이 인간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진정성이 엿보여서 반갑다는 것이다. 불륜과 막장, 어떻게 하면 남을 해칠까만 궁리하는 부정적인 상황만을 가짜로 엮어가는 드라마에 질렸다. 인격이나 인품, 즉 인간과 인생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조차 없는 황당무계하고 해괴망측한 드라마게임에 짜증났다. 그에 비해 ‘참 좋은 시절’은 특히 인간애를 깔고 있다. 악행과 음모와 비리를 일삼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일탈행위에 기대지 않고, 원래 텔레비전드라마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풀어간다.

지방을 무대로 한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

지방의 중소도시 경주시내의 어느 족발 집, 가령 다소 복잡한 가족구조를 설정해놓고도 서로간의 인간애로 감싸고 포용하는 정서를 해결의 도구로 삼고 있다. 이미 세상에 없는 남편이 저질러놓은 일들, 예컨대 밖에서 낳아온 아들과 그 아이를 낳은 여인을 가족으로, 그저 불쌍한 인간으로 받아들여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아간다. 문제의 그 아들이 낳은 아들딸까지 허물로 여기지 않고,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자식으로 여기며 애지중지 키우면서 산다.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온 식구가 번갈아 뒷바라지 하며 유쾌하게 지낸다. 이것은 곧 핏줄로만 이어진 가족관계가 아닌 인간관계의 확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생각해보면 드라마란 영화처럼 액션이나 충격적인 사건 또는 화면(영상)중심이 아니라 거기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가치관, 다시 말해 어떤 형태로든 생각과 마음을 그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외국으로 어디로 뛰고 솟고 하면서 요란을 떨어도 우리들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드라마들이 생기는 것이다. 텔레비전드라마란 눈이 번쩍 뜨이는 겉치레나 희한하고 끔찍한 악행의 퍼레이드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을 지극히 소박하게 보여주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더 바람직한 것은 새로운 인간상의 창출이다. 드라마는 매번 그 새로운 인간상으로 말한다.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사투리로 매일매일 경주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는 그들 등장인물 개개인의 마음씀씀이와 생각에서, 우리는 모처럼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모처럼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201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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