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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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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평_일일 연속극 시장에 관하여
내용 온통 쓰레기통이 돼버린 저녁 일일(日日)연속극 시장


매일 저녁 방송되는 각 방송사의 일일연속극 편성은 모두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의 이른바 가족시간대다. 그래서 당연히 가정과 직장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생활 극이며 가정극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곧 ‘패밀리 벨트’가 갖는 시청 층의 보편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접근이 용이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일일극들은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고 매일매일 나간다는 반복성으로 인지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는 유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한때는 저녁 일일극들이 그 뒤 프로그램인 종합뉴스의 시청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예컨대 수년전에 방송된 SBS-TV의 일일극 ‘아내의 유혹’ 때부터 SBS의 8시 뉴스 시청률이 드디어 MBC-TV 9시뉴스를 추월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아내의 유혹’은 이미 우리가 보고 잘 아는 바와 같이 소위 막장드라마의 원조 내지는 결정판이었다. 리얼리티는커녕 전혀 논리가 맞지 않는 악행과 부도덕과 비윤리적인데다, 불특정 다수 가운데서도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드라마로 일관했었다. 여기서 더 불행한 일은 ‘아내의 유혹’ 이후의 저녁 일일극들의 변화다. 말이 되든 말든 온갖 퇴행적 내용과 폭력과 폭행, 복수와 음모, 비리와 일탈, 중상모략과 비행을 점점 상승시켜 뒤범벅하거나 그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인격이나 인간의 선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가정이란 가정은 모조리 문제투성이고, 여전히 혼외자식과 출생의 비밀 등으로 인한 알력과 증오로 얼룩진 이야기들만 난무한다. 꼭 누구를 해치거나 죽이거나, 그럴 숨기려고 온갖 수작을 다 부리거나, 도무지 상식적인 인물의 캐릭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어린애들 수준도 안 되는 그런 정도의 판단력 밖에 없는 미숙아들과 도덕적 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어느 방송사 할 것 없이 억지와 저급한 행태만으로 저녁 일일극들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느낌이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일부러 뒤틀어놓은 가정사의 연장으로 뒤엉켜 가족구성원의 갈등에 전체가 휘둘린다. 회사라는 조직, 법인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싸움에만 좌우되고 있다. 이런 무식하고 무지한 억지가 버젓이 저녁시간 일반가정과 가족들 앞에 펼쳐진다. 매일 같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으르렁, 현실적으로 있을 수도 없는 인물들과 가정과 회사를 드라마랍시고 내보인다. 평범한 정상인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않을 상황을 부정적으로 꾸미고 침소봉대해 가족시간대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SBS-TV의 저녁 일일연속극 ‘잘 키운 딸 하나’


인간이 저렇게 터무니없이 악하기만 할 수 있을까.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상이 텔레비전드라마의 인물로 가장 적합한데도 불구하고 속이고 속고, 인생을 순 사기로 살아가려는 인물, 죄책감도 없이 계속 악행만 저지르는 인물들로 드라마를 채워가고 있다. ‘인간답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조차 못해본 작가들이 드라마를 쓰는 것처럼 유치하고 수준 이하다. SBS의 ‘잘 키운 딸 하나’의 경우, ‘황소간장’이라는 기업의 집안을 둘러싸고 한동안 남장을 하고 살다가 하필이면 원수의 집 아들과 좋아지질 않나, 복수를 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상대방에선 계속해서 음모와 범법과 악행으로 제거할 궁리만 한다. 바로 그 악인은 전 여인과의 사이에 생긴 장성한 아들을 양아들로 받아들였지만 그 역시 아버지에 복수하려는 쪽에 동조해 아버지와 맞서고, 알고 보면 형제간인 인물이 사랑하는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 ‘황소간장’이라는 회사는 이들의 복수와 음모에 놀아난다. 그 집안에 친정어머니를 데리고 며느리로 들어온 여자는 어떻게 하면 이 회사를 말아먹을까 궁리를 하고, 결국은 전 남편까지 동원해서 어린애들도 하지 않을 아무런 설득력 없는 분란과 싸움을 밤낮으로 일삼는다. 어느 방송사 할 것 없이 저녁 일일연속극들이 대체로 매번 이런 식이다.
어느새 이런 구도가 마치 일일극의 무슨 공식처럼 되었다.


KBS-2TV의 ‘천상여자’도 마찬가지


언니의 전 애인이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 위해 교통사고로 위장해 언니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품고 수녀가 되려던 꿈까지 버리고 진실규명과 복수를 하겠다고 나선다. 또 그 복수의 일환으로 그 남자가 결혼한 집의 며느리로 들어간다. 생활이나 생각이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그저 어떡하면 비비꼬아서 기괴한 행동만 보여줄까 혈안이 된 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온갖 무리수와 있을 수도 없는 수준 이하의 해괴망측한 상황들이 다 등장한다. 드라마가 추구해야할 인간본질에 대한 천착이나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을 다뤄야 할 드라마에 한 마디로 인간이 없다. 있다면 지능이 모자라거나 미성숙한 가짜 인물, 모조인간들 뿐이다. 물론 주제도 없다. 그저 거짓과 악행으로 속이고 속고, 복수하고 앙심 품고, 생활에 대한 엄혹함은 눈을 씻고 봐도 어느 한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텔레비전드라마가 아니다. 전파낭비고 자산낭비다. 드라마가 뭔지 모르거나 잘 못 알고 있다.
매일 저녁 무려 2편씩이나 일일연속극을 편성하고 있는 MBC-TV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국가기간방송이라고 내세우는 KBS-1TV의 저녁 일일극 또한 대동소이하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적인 삶을 드라마로 꾸려왔기 때문에 이 KBS-1TV의 일일연속극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변함없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KBS-1TV의 저녁 일일연속극은 여타 방송의 일일극 못지않게 억지고 엉터리다. 여기서도 거의 빠짐없이 음모와 악행과 복수와 살인과, 거짓과 생활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기둥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설사 다른 방송사의 일일극들이 파행과 거짓과 일탈을 일삼고 있다 해도 KBS-1TV의 일일극만은 묵묵히 정도를 가야만 했다. 우리 주변에 드라마로 다뤄야 할 인간의 이야기와 생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인간과 인생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드라마가 얼마든지 재미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 쪽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는가. 특히 저녁 7시대부터 9시대까지의 가족시간대에. 창피스러울 정도로 유치한 드라마들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왜 이런 엉터리 드라마들을 방송하면서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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