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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쓰리데이즈(SBS)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쓰리데이즈(SBS)
내용 몇 가지는 없었고 몇 가지는 있었던 드라마 ‘쓰리데이즈’

SBS-TV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가 끝났다. ‘쓰리데이즈’란 외국어 제목부터, 근래 들어 부쩍 텔레비전드라마에 단골소재로 등장한 대통령을 다뤘다는 점, 허리우드영화 ‘에어포스 원’이나 ‘보디가드’나 미국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약간씩 영향을 받지 않았나싶어 처음엔 그다지 신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가 거듭할수록 한국적 특수상황을 나름 짜임새 있게 상정한 드라마란 점에서 황당함보다는 설득력이 높아갔다. 흔히 미니시리즈라 불리는 지상파 각 채널의 월화, 수목드라마 즉 주중(週中) 주간드라마는 단막극과 연속극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배제해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포맷이다. 주제의식보다는 일상성이 강한 연속극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소재를 과감하게 열어놓는 장치와 함께 지나치게 길게 나가지 않으면서 테마를 뚜렷이 부각시키며 완성도를 높여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한다면서 황당무계하거나 해괴망측한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주제를 살리기는커녕 주제실종의 드라마가 더 많았다.

흔해 빠진 사랑타령도 좌담회 식(式)도 없어

그런 점에서 ‘쓰리데이즈’는 더러 다른 특징이 살아있었다. 우선 여타 다른 드라마에선 있었지만 ‘쓰리데이즈’에선 없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자. 흔해 빠진 러브라인, 짝짓기가 없었다. 우연도 그다지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응접실 가운데 탁자를 중심으로, 또는 이방 저 방에서 둘러앉아 주고받는 좌담회 식도 없었다. 시종일관 허위날조 된 거짓말로 말도 안 되는 암투를 벌이는 것도 없었다. 여성인물 위주거나 여성들이 대거 등장해 득실거리는 여인천하도 없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낯선 구경이나 시켜주려는 듯 이 곳 저곳 쓸 데 없이 훑고 다니는 눈요기 관광중심의 장소순례도 없었다. 여기서도 먹고 저기서도 먹고, 이른바 ‘먹방드라마’ ‘먹방장면’도 없었다. 마치 모든 고민을 술로 해결하려는 듯 툭하면 마셔대는 음주장면도, 인사불성 만취한 젊은 여성도 별로 없었다. 있으나마나한 상황이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사실상 다른 드라마들이 빼먹기 일쑤인 주제가 있었다. 설사 ‘정의는 이긴다’ ‘정의는 살아있다’ ‘진실에는 대가와 용기가 따른다’와 같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그 주제에 집중하고 테마를 집요하게 살리려 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살았다.

얼빠진 드라마 대신 주제가 있고 진정성이 있어

등장인물들의 삶, 즉 생활이 있었다. 일이 있었고 일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적잖은 드라마들이 진정성이 떨어지는 가짜사랑놀음에 빠져있는 사이 정작 놓치고 있는 인
간 본질에 대한 최소한의 천착이 여기서는 있었다. 타당성 또는 리얼리티가 있었다. 생각이
있었고 마음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드라마란 어차피 지어내는 허구이지만 여기서는 그
가운데 없어서는 안 될, 진짜 소중한 1%의 진실이 있었다. 대통령의 이야기가 되든, 촌부의
삶이 되든, 드라마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마지막 1%의 진실일 것이다. 그것은 촬영기
법이나 장면, 장비나 제작기술 같은 이른바 ‘하드’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드라마의 내
용 ‘소프트’로 가능한 일이다. ‘쓰리데이즈’는 이 소프트가 비교적 짜임새 있게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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