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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너희들은 포위됐다(SBS)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너희들은 포위됐다(SBS)
내용 ‘너희들은 포위됐다’
그래도 생활이, 삶이 있는 드라마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입형사 4인방(이승기, 고아라 등)이 들어왔다. 남자 셋에 여자 한 명인 이들은 형사의 전설 서판석(차승원)의 팀에 합류해 점점 진정한 경찰로서의 근성을 익혀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숱한 시련과 어려움과 갈등에 봉착한다. 그러면서도 젊은이답게 풋풋하고 씩씩하게 하루하루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다. 팀장인 형사의 전설 서판석은 알고 보면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이 많다. 그 역시 신입 때 한 살인사건에서 목격자인 양호교사를 증인으로 세웠다가 보호하지 못하고 살해당하게 한 쓰라린 오점을 가진 사람이다. 바로 그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15살 나이의 중학생으로 숨죽인 채 지켜봐야만 했던 아이(이승기)가 11년의 세월이 지나 서판석 팀에 합류했다. 이름조차 바뀌고 서판석에 대한 원한까지 가진 채로 신입형사 4인방 속에 시한폭탄처럼 들어있다. 그리고 그 중학생 시절 함께 같은 지방도시에서 만난 여학생(고아라)도 간신히 경찰시험에 합격해 역시 함께 파트너로 엮어져 뛴다. 이들은 서로 처음에는 모르지만 차츰 날이 갈수록 서로의 정체와 개인사에 얽힌 과거인연을 알게 될 모양이다. SBS-TV의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매회 소제목 하나씩을 내세우며 명랑하게 이끌어가는 일종의 경찰드라마다. 마치 시추에이션드라마처럼 주 무대인 장소(경찰서)와 등장인물은 고정돼 있으면서 매회 작은 주제를 하나씩 던지며 진행된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연출해 비교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삶, 즉 생활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적잖은 드라마들이 이른바 전문직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에게 옷만 입혔지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의 생활을 그리지 않아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의사 가운만 입혔지 의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나 의사생활의 드라마는 많지 않았고, 경찰이나 소방관,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법조인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전문직이지 껍데기뿐이거나 흉내만 내고 여타 멜로드라마와 다르지 않게 남녀애정행각만으로 치달아 ‘올인’하거나, 복수나 음모 등 개개인의 사적인 볼일만 보는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말은 늘 전문직 장르드라마를 내세웠다. 드라마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다. 반드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라야 한다. 생활은 어디에도 없이 내팽개치고 하등의 가치도 없는 애정이나 복수나 거짓 등의 감정 따위에만 오로지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니다.

가운이나 제목만 입히고 배지만 달면 장르드라마인가
성실하고 일상에 전력투구하는 친숙한 인물들이 반가워

텔레비전드라마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고 인간과 인생에 천착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드라마이든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생활을 그려내지 못하는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니다. 사람은 그 어떤 시련이나 기가 막히는 일이 닥쳐도 거기에만 매달리지 않고 살아가는 길에 나서게 마련이다. 결국은 살아가는 것이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일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그런데도 작금의 적지 않은 TV드라마들이 마치 살아가는 일은 뒷전이고 저능아 또는 미숙아 정도나 가질 수 있는 수준 이하의 생각, 보편적인 일상사와 아무런 관계없는 일들을 드라마랍시고 엮어서 몇 달씩 끌면서 부자연스러움을 숱하게 보여주었고 지금도 그러고들 있다. 물론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그런 점에서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도 무리수가 보이고 개인사가 함께 얽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생활과 삶을 굳세게 지켜가고, 어떤 경우에도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에서 결코 일탈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경찰이면서 경찰 일은 제쳐두고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을 앞세워 오로지 거기에만 몰두하는 드라마는 가짜다. 그것은 진정한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를 상대로 얕은 잔꾀나 부리고 장난이나 치고 우롱하는 잔머리 굴리기에 불과하다. 의사나 법조인이나 공직자나 기업인이나 교육자나 진실성이 바탕에 깔리지 않는 모든 허구는 드라마가 될 수 없다. 가정주부나 직장인, 부모나 자식, 아내와 남편, 스승과 제자, 어린아이와 어른, 장사하는 사람이나 청소부까지, 그 누구든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만이 드라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은 사는 것 이상 그보다 더 엄중한 것은 없다. 가볍게 하려는 의도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쾌하게 끌어가지만 그래도 생활이, 살아가는 삶이 있어서 ‘너희들은 포위됐다’고 하면서 목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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