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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평_불꽃 속으로(TV조선)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불꽃 속으로(TV조선)
내용 ‘불꽃 속으로’....종편TV조선의 드라마
종합편성채널과 TV드라마를 생각하다

케이블방송에서의 종합편성채널 허용은 그때까지 있어 온 단일품목 중심의 케이블과 달리 종합적인 방송, 즉 종편을 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 지상파방송처럼 보도와 교양과 오락 등이 골고루 함께 편성된 케이블방송을 하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허가를 받아 뚜껑을 연 ‘종편’들은 주로 어떤 내용들로 편성되고 있는가. 거의 하루 종일이라고 할 만큼 대부분의 방송내용을 시사보도, 일종의 시사토크로 때우고 있다. 아니면 대충 10여명 이상의 패널들을 불러내 무리지어 진행하는 이른바 ‘떼’토크를 마치 종편의 아이콘처럼 여기저기서 하고 있다. 말이 시사토크이지 사실상의 추정 또는 당사자가 아닌 출연자의 견해를 말하는 일종의 더듬기 또는 점치기다. 그리고 특정사건에 관한 검찰의 수사상황을 일일이 노출시키고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도 사실상 중계방송하다시피 했다. 특히 하나의 시사적 정치적 사안을 출연자만 바꿔가며 하루 종일 두 번 세 번 같은 얘기를 되풀이 한다. 패널들이 떼 지어 몰려나오는 프로그램도 어느 한 종편채널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심지어 같은 출연자들이 이 방송 저 방송으로 몰려다니면서 겹치기 출연하는 현상이 마치 종편의 추세나 브랜드처럼 예사가 되었다. 한 채널 안에서도 엇비슷한 ‘떼’토크프로그램이 여러 개다. 가령 MBN의 경우 ‘황금알’로 재미를 본다싶더니 그 후 ‘동치미’ ‘아궁이’ ‘신세계’ 등 역시 여기저기 끼어들던 패널들이 프로그램들을 주름잡는다. 그 종편단골패널들은 의사, 변호사, 한의사, 요리사, 연예인 등인데 그들은 자기 본연의 일은 언제 하고 늘 여기저기 종편에서 살고 있는가. 그것이 진정한 전문직인가. 온갖 건강정보와 의학정보들을 각기 다르게 쏟아내 특히 식생활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뿐이다. 종편의 프로그램 편성이란 것이 대체로 그뿐이다. 이것이 소위 종합편성채널의 본질인가?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만들어 방송하지도 못하는 방송이 어떻게 종합편성채널인가. 물론 드라마만 있으면 종편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떼’토크 또는 점치는 시사토크로만 도배를 하면서 종합편성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돈일 것이다. 제작비는 적게 들이고 방송은 해야 하니 나온 편법일 것이다. 그나마 JTBC는 출혈을 감수하며 지상파 못지않은 드라마들을 꾸준히 방송하고 있다. TV조선과 A채널은 개국 초기에 겨우 한 두 편의 드라마를 선보이다가 말았다. MBN은 아예 드라마제작은 꿈도 꾸지 않는 종편이다. 그러더니 이번에 모처럼 TV조선에서 ‘불꽃 속으로’라는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다.

재미도 생동감도 잃은 인물드라마 ‘불꽃 속으로’

우선 편성이 밤 11시 넘어서 사실상 밤중이다. 아예 흥행이 안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지상파드라마들을 피해서 편성한 것인지, 한동안 지상파채널들이 이른바 교양프로그램들을 밤 12시 이후에다 편성하듯이 ‘불꽃 속으로’는 시청시간대가 최악이다.
내용은 한국의 철강 왕, 철(鐵)의 사나이로 불리는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 박태준 회장의 일대기인 듯. 비록 실명을 쓰지는 않았지만 누구의 이야기인지 충분히 암시되고 있다.
그런데 실재인물의 생애 또는 업적을 드라마 화 할 경우 빠지기 쉬운 모순에 이미 빠져들었다. 가능하면 순서대로 살아온 과정의 에피소드들을 빼먹지 않아야겠다는 강박감과, 그것이 곧 극의 충실도와 흥미를 높일 것이라는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 일제강점기의 젊은 시절부터 차례로 한 사람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것은 전기(傳記)라면 몰라도 드라마는 아니다. 실제로 그가 어떤 인물이든 드라마로 될 때는 정해진 주제를 따라 줄일 건 줄이고 확대시킬 것은 키우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이며, 그 인물을 보다 생동감 있게 살리는 것이다. 예컨대 순서대로 살아온 과정의 에피소드를 나열할 게 아니라, 포항제철에 대한 한 인간의 집념이든 애국심이든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지난날의 사연들이 적절히 드라마 속에 녹아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 인간을 미화시키거나 영웅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바로 그런 우려가 드라마 ‘불꽃 속으로’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드라마는 어차피 인물상을 그려내는 재미다. 그래서 실재인물의 이야기라도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생략 또는 압축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불꽃 속으로’가 이 부분에 있어서 실패하고 있다. 더욱이 주인공 역을 맡은 탤런트 최수종의 연기 또한 ‘태조 왕건’이나 ‘대조영’이나 ‘첫사랑’이나 지금 ‘불꽃 속으로’나 엇비슷한 패턴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극에서나 현대물에서나 모범생이고 교과서적이라고나 할까. 한 결 같이 심각하고 박제된 느낌이다. 실존인물이라고 해서 그를 닮아가려는 듯한 연기보다는 특유의 캐릭터, 즉 이미지를 만들어냈어야 했다. 이 모든 점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지 못하고 누군가 들려주는 살아온 과정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어가다 보니까 모처럼 종편채널 TV조선에서 그런 드라마를 하는지조차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가 살아온 궤적이나 삶의 행적으로 보아 한번쯤 드라마로 할 만 한 드라마틱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으나,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여야 그 인물도 살고, 그 인물이 던지는 메시지도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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