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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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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평_트라이앵글(MBC)
내용 ‘트라이앵글’...남성작가가 쓰는 남자이야기
어떤 부류의 인생이든 삶이 있어야 드라마다

참 오랜만이다. 남성작가가 쓰는 남자들의 세계,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는 텔레비전드라마를 보는 것이. 한국에서 현재 TV드라마를 쓰는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여성인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심지어 남자들의 이야기와 역사극까지도 여성작가들 차지다. 남자를 남자답게 그리지도 못하면서. 남자이야기를 여성작가가 써서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그만큼 TV드라마가 여성화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에 여성인물이 주축을 이루거나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고, 그래서 하등의 드라마로서의 가치도 없는 자질구레한 감정문제를 드라마로 자주 다루고, 남자는 하나의 종속인물처럼 나오고, 때로 이것이 곧 사회생태계의 중대한 위협으로 느껴질만큼 우려스러울 때도 없지 않을 정도다. 드라마는 세상이고, 어차피 세상은 남녀가 어울려 사는 이상 최소한 드라마 속의 남녀 성비(性比)라도 균형을 갖추는 게 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도 한국의 TV드라마들은 날이 갈수록 압도적으로 여성위주, 사실상 여성뿐인 여성천하의 드라마들이 많고, 그들 드라마들은 대체로 여성작가들이 쓰고 있다. 이제 한국의 TV드라마에서 남성작가, 남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남자작가라야 남자의 드라마를 쓴 다는 것도 아니고 꼭 드라마마다 등장인물의 비중에 있어 남녀의 숫자를 맞춰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온통 여성천하의 TV드라마에 모처럼의 남자이야기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남녀 한쪽만의 이야기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드라마들이 여성들과 여자이야기를 핵심 축으로 다루고 있는 현상은 여성작가 전성시대와 여성위주의 드라마가 판을 치는 흐름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작금에 방송되고 있는 텔레비전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의 경우,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위주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드라마의 기둥줄거리나 내용은 물론 정서나 사고방식조차 여성화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마다 여성이 무더기로 떼 지어 나오고, 모두가 여성위주로 진행되면서 정작 드라마가 다뤄야 할 사람 사는 이야기, 엄혹한 삶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실종된 경우가 너무나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MBC-TV의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방송중이다. 시청률조사에 나오는 걸 보면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흥행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 별개로 모처럼 남자작가가 쓰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렇다고 단지 남성만을 상징하는 드라마라거나 보편적 또는 이상적인 남성의 이야기는 아니다. 카지노를 둘러싼 사회의 뒷부분과 어두운 세계의 이야기와, 어릴 때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삼형제의 엇갈린 운명이 주요내용이다. 특히 비극의 시작인 아버지의 살해사건을 파헤치려는 큰아들은 형사 출신이고, 나머지 두 동생은 주로 암흑세계에서 출신도 모른 채 끊임없는 갈등관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의 삶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여성작가들이 쓴 여성위주 또는 여성천하의 드라마들이 등장인물들의 살아가는 삶은 거의 다루지 않는 대신, 비록 어두운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들이지만 ‘드라마 장난’이 아닌 그들대로의 삶을 주요 재료로 삼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드라마가 다루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뿐만 아니다. 비범하고 특별한 삶도 얼마든지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극히 사소한 다툼이나 미성숙한 인간의 사고범위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드라마의 가치와는 멀다.
어둠의 세계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라야

‘트라이앵글’의 경우, 우선 배우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김병기, 장동직, 김병옥, 강신일, 임하룡 등 남자들이 여럿 득실거린다. 오연수, 백진희 등의 여성배우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남녀인물이 대체로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전체의 흐름은 남자들이 쥐고 있다. 비록 어두운 세상의 뒤안길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상대가 누구든, 누구의 삶이거나,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것만큼 소중한 드라마는 없다. 도무지 진정성이란 털끝만치도 없는 유치한 감정에 얽힌 말초적인 개인사에다, 온갖 억지 에피소드와 트릭을 다 동원해 얽히고설킨 거짓상황에 골몰하는 짓을 마치 드라마인양 쏟아내는 잘못된 풍토가 작금의 우리 드라마의 흐름이라면 흐름이다. 그런 와중에 설사 어둠의 세계이지만 남자의 이야기, 사나이들이 살아가는 ‘삶’을 바탕으로 내보이는 것은 드라마의 정상화와 진정성을 회복하는 일일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란 이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에 있어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가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라고 다 드라마가 아니다. 어차피 지어내는 드라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닌 빤한 거짓말로 받아들여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거나, 픽션을 단 1%의 진실도 없는 거짓으로 꾸며서 현실에서 있을 수도 없는 황당무계한 허구로 인식하게 하는 드라마는 하루 빨리 퇴출되어야 할 방송의 역기능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방송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전파와 자산낭비의 대표적인 한 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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