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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정도전(KBS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정도전(KBS1)
내용 ‘정도전’....KBS-1TV의 정통사극
드라마의 진정성이 감동을 준다

적어도 요 몇 년 동안 한국의 TV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부정적 흐름이 주도하고 있다. 하나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들이고, 또 하나는 이른바 ‘팩션’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스토리텔링들이다. 도무지 정상적인 인간의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을 만치 과장되거나 리얼리티에서 벗어난 인간 말종(末種)의 드라마들을 우리는 ‘막장드라마’라 지칭했다. 그리고 사실(팩트)과 픽션을 합친 것이라 해서 ‘팩션’이라는 신종합성어를 만들어 붙였다. 막장은 주로 아침 또는 저녁의 일일극 또는 주말연속극 등의 현대물에서 벌어졌고, 팩션은 주로 미니시리즈 등의 사극에서 등장했다. 막장 못지않게 황당하고 유치한 미니시리즈도 얼마든지 있었다. 최근까지 방송된 ‘엔젤아이스’나 ‘빅맨’ 또는 ‘호텔킹’ 등이 그 한 예다. 뭘 하려고 한 드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작진 자기네들 끼리 마치 학예회 연습하는 분위기로 일관했었다. 여기에다 사극의 경우 전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완전한 가짜가 무슨 새로운 드라마의 영역이라도 되듯이 판을 치기도 했다. 가령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을 되살려 내 그들이 정분을 통해 어디서 숨어 살고 있는 것처럼 꾸민 이야기도 있었고, 국적불명의 칼잡이들을 마구 등장시켜 드라마를 영화흉내 내듯이 만들어 간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외국만화까지 원작으로 삼아 새로운 드라마의 방향모색이라도 되는 것처럼 만들기도 했었다.

인간의 극악함을 그리거나 황당무계한 아이디얼리즘

이 모두가 드라마의 진정성을 외면한 부정적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이런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침저녁 또는 주말의 연속극에서 자고나면 보이는 것이 막장드라마이며, 주중드라마인 미니시리즈에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해괴하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을 되풀이 하고 있다. 사극 역시 나왔다 하면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전개방식 내지는 이야기의 황당함에만 기대를 거는 드라마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이런 와중에 나름 대하드라마로 제작된 KBS-1TV의 사극 ‘정도전’이 나왔다. 가급적 역사를 바로 보려는 인식으로 출발해 장장 50회를 끌고 오다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는 시점까지 와 있다. 사극에 있어 특별한 제작기술을 부렸거나 특별히 내용의 신선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률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궁중중심, 왕조의 사료 중심의 이른바 정통사극이라서가 아니다. 테크닉이 아닌 진정성 있는 내용을 전하려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KBS-1TV만이라도 잘못 된 드라마의 풍토, 즉 상업성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드라마 한편쯤은 있어야 한다. 설사 시청률이 낮아도 KBS-1TV만은 사극이든 현대물이든 정상적인 드라마를 가급적 편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KBS-1TV의 저녁 일일연속극도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한국인의 의식과 삶을 그려야 한다. 물론 꼭 무슨 궁중사극을 해야만 정통사극이라는 뜻도 아니며, 이미 드러나 있는 역사나 인물을 다시 반추해야만 정통사극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래도 ‘정도전’은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으로 승부

드라마라는 것이 이미 픽션인 이상 얼마든지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맞지만, 그 창의력이 타당성을 잃을 경우 우리는 그것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정통이냐 아니냐, 또는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바로 이 올바른 시각과 관점에서 나오는 믿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그들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되는 인생의 한 단면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그리느냐가 감동을 주는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곧 인물이다.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점에서 역사극은 황당한 스토리텔링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는 재미를 창출해야 한다. 드라마 가운데서 특히 사극은 인간의 용기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리고 지혜를 터득하게 하는 장치로 감동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정통사극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은 드라마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가 된다. KBS-1TV만이라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TV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을 갖춘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이 TV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이 TV드라마의 존재가치를 높이고 승부를 가르는 덕목이 될 테니까. TV드라마는 영화나 여타 매체와 달라서 어떤 경우라도 땅에 발을 딛고선 현실적 매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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