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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히스토리(14)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히스토리(14)
내용 ‘김수현드라마’ 등장과 일일극 변화
1972년 ‘새엄마’ 이후 현실 속으로


1970년대 초반에 일일연속극이 고정편성 된 이후 무려 4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꾸준히 한국의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은 꿋꿋하게 방송되고 있다. 드라마 편수에 있어서나 편성시간에 있어서 일일연속극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여전하다. 다만 그 내용에 있어서 리얼리티가 있고 없고, 품격이 있고 없고, 정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이거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일일연속극은 이미 한국인의 라이프사이클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만의 특별한 현상이다. 몇 십 년을 줄기차게 매일연속극을 선호하는 나라도 드물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서의 일일연속극은 어느새 일종의 생활환경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매일 밥 먹고 잠자고 출퇴근 하듯이 언제나 비슷한 시각에 일일연속극이 없으면 뭔가 빠진 듯한 느낌마저 주게 되었다. 그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의 한국최초는 과거 동양방송(TBC)이 1964년에 방송한 한운사 극본, 황은진 연출의 ‘눈이 내리는데’이다. 불과 한 달 남짓 나가는 바람에 마치 실패한 일일연속극인양 전해지고 있지만, 그때는 녹화시설도 없이 순 생방송으로 드라마를 만들던 시기라 사실상 시도만으로도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더 이상은 과욕이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일일연속극은 꿈도 못 꾸다가 1969년에 와서 KBS-TV가 일일극 ‘행복이라는 것은’을 성공시켰고, 그것을 기화로 KBS는 1970년 2월부터 일종의 대하드라마 성격인 ‘아버지와 아들’(한운사 극본, 김연진 연출)을 내놓아 일일극 시장의 기선을 제압한다.


일일극 국민드라마 ‘아씨’와 ‘여로’ 이후
김수현의 현재를 무대로 한 드라마가 눈길


그러나 대중적 인기는 불과 한 달 차이로 같은 해 3월에 시작한 TBC의 ‘아씨’가 단연 휩쓸었다. 이른바 최초의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일대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한국의 텔레비전방송에 있어서 일일연속극 고정편성의 기폭제가 되는 일대 사건이었다. 곧이어 등장하는 KBS-TV의 일일극 ‘여로’의 절대적인 인기 역시 일일연속극에 관심을 모으는데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일일연속극들은 대체로 지난 시대, 지나간 시절의 삶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과 육이오를 거치면서 살아온 파란만장의 시대사, 가족사 또는 인생사, 그리고 한 많은 여성의 일대기가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그러다가 1972년 김수현의 드라마 ‘새엄마’를 분기점으로 지나간 세월의 반추보다는 현실의 생활을 그려가는 일일연속극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씨’나 ‘여로’ 등에서 지난 시절의 애환을 주로 다루는 ’눈물 짜기 드라마‘가 주축을 이뤘다면 김수현의 일일연속극들은 특히 여성의 인격과 의지가 돋보이는 힘 있게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새로운 가정드라마의 틀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후 김수현의 드라마는 무려 10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MBC 채널을 살리면서 분명히 하나의 일일연속극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현실위주의 일일연속극은 이후 수많은 일일연속극들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형식을 본받아 나오게 된 추후의 일일극들이 점점 새로워지거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그 품질에 있어서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행적 수준에 머물거나 이른바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저 품격드라마까지 양산하는 안타까움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저(低) 품격드라마들이 버젓이 아침저녁 일일연속극을 누비고 있고 일일극 편수도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난 채로 방송이 되고 있다. 비교적 일일극 초기에 해당되는 1970년대 중반까지 일일연속극은 각 채널별로 겨우 한편씩 방송되는데 그쳤다. 그러다가 날이 갈수록 시청자들의 일일극 수요가 늘어났고, 방송사들도 이런 선호도를 놓칠세라 편수를 늘리고 급기야 아침일일연속극까지 편성하고 나오자 이때 바로 연속극 홍수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아씨’ 등이 이룬 드라마왕국, 연속극 공화국
갈수록 리얼리티 상실, 말도 안 되는 드라마들


그리고 이런 일일극의 과다편성이 폐단으로 까지 인식되자 드디어 1980년대에 들어서는 한때 정부가 개입해 강제로 일일연속극을 줄이기도 했었다. 물론 강압에 의해 잠시 줄었던 일일극 위축 시기는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시 일일극 편수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고 부터는 아침저녁 한편씩의 일일극도 모자라 MBC 같은 경우는 매일 저녁 2편씩으로 저녁일일연속극 편성을 늘리기까지 했다. 2016년 현재 지상파 각 채널별로 저녁 일일연속극이 1편에서 2편까지 방송되기도 하고, 아침일일연속극 역시 지상파 3개 채널(KBS 2, MBC, SBS)에서 각각 방송중이다. 여기다가 가끔씩 편성되는 일부 케이블이나 종편채널의 몇몇 일일 극까지 합치면 여전히 한국은 드라마공화국, 특히 일일연속극의 왕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면서 정작 드라마의 내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생활이 없는, 비정상의 저 품격 막장드라마 수준이 수두룩하다. 일상과 너무 동떨어진 일일연속극이 많아서 과거와 달리 일일연속극들이 가정을 망치고 정상적인 생활의식, 인간본질 추구를 말아먹고 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는 것이라곤 온갖 악행과 음모와 비정상적인 행태, 일탈과 불륜의 정당화, 리얼리티가 전혀 없는 억지와 무리수의 일일연속극들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무릇 오늘날의 일일연속극들은 초기 출발 당시의 일일극이 가졌던 향기와 내용들처럼 지극히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덕목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바로잡아 갈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서의 픽션이란 어디까지나 진실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허구다. 처음부터 끝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만 지어내는 것이 픽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일일연속극들은 어떻게 하면 얽히고설키기만 하는 순 엉터리 거짓말만 지어내느냐 하는 데에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작가다운 작가가 쓰는 드라마가 드문 세상이 되었다. 특히 아침저녁 수도 없이 내보내는 일일연속극들이 그렇다. 가장 노출빈도나 접촉빈도가 많아서 사실상의 일상생활환경이 돼버린 일일연속극들이 가장 저속하고 가장 비정상적인 인물들과 비정상적인 이야기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일연속극들이 생활환경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그 속에 평균적이고 보편타당한 생각을 가진 합리적이고 납득이 가는 인간의 가치와 행위를 심어줘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한국의 텔레비전 일일연속극의 역사는 이제 50년 가까이 돼 간다. 하지만 그 품격과 내용에 있어서는 성년을 넘어 중년이 아니라 마치 유치원으로 되돌아가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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