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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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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7)-한국형 드라마와 한류와 한국적 드라마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7)-한국형 드라마와 한류와 한국적 드라마
내용 ‘한국형 드라마’와 ‘한류’와 ‘한국적 드라마’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가 바로 한류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그때 우리는 미국드라마 몇 편을 시리즈로 볼 수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식의 연속극이 아니라 대부분 시추에이션드라마들로 꽤 인기가 높았다. 예컨대 ‘보난자’나 ‘윌튼네 사람들’ ‘초원의 집’ 또는 ‘도망자’와 같은 외화들이다. 시추에이션드라마란 무대와 등장인물은 늘 같지만 매회 에피소드가 단막극 식으로 바뀌는 것으로, 시리즈물의 장점인 연속성과 단막극의 함축미와 완성도를 절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들여온 미국드라마들은 거의 한 결 같이 그들의 서부개척시대의 가족사나 미국인들의 정신을 그리는 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윌튼네 사람들’이나 ‘초원의 집’은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뤘다. 온가족이 힘을 합쳐 광활한 서부의 황무지를 개척하거나, 악당들로부터 가정과 정의를 지켜나가는 그런 이야기 속에는 나이가 어리거나 부녀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함께 총을 들고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 나간다. 늘 용기와 투지로 불의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왜 저런 드라마를 할 수 없을까. 맨날 울고 짜고, 여인의 한(恨)이 넘치고, 그리고 좁은 집안에서 복닥거리는 이야기만 TV드라마로 해야 할까. 그래서 그 무렵에 한번은 KBS에서 ‘억순네’란 역시 시추에이션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했었다. 마치 미국드라마 ‘윌튼네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제목을 출발했지만 아주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윌튼네....’는 초원으로 뒤덮인 서부개척지가 무대인데 우리의 ‘억순네’의 무대는 아마 남대문시장사람들 쯤 이었을 것이다. 무대와 생활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 비슷한 느낌이 나올 수 있겠는가. 땅의 넓고 좁고의 차이도 있지만 삶의 토양이 서로 다른 곳에서 비슷한 정서가 나올 수 없는 일이다.


과거 남의 드라마 흉내 냈다 실패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둔 드라마가 맞다


그래서 자나 깨나 우리는 우리대로 한국형 드라마, 한국식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당시 외국드라마 가운데 인기품목은 또 있었다. 예컨대 ‘형사 콜롬보’라는 일종의 수사드라마는 수사를 추리와 과학으로, 오로지 증거를 찾아 풀어나가는 논리가 있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니까 콜롬보 형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종래의 한국수사관들처럼 우락부락하거나 거칠기 보다는 범인과 두뇌게임을 벌여 진실을 밝혀내는 수사기법이 기가 막히게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외화 수사 물에서는 우리는 꿈도 꿀 수 없는 장비와 액션이 동원되는 화면위주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그때 우리는 MBC의 ‘수사반장’이 있었고 매주 사람들이 비교적 재미있게 보는 시추에이션드라마였다. 그런데 타 방송사에서 이 MBC의 ‘수사반장’을 깨기 위해 생각 끝에 미국수사물처럼 헬리콥터도 동원하고 한강다리 사이로 떨어지는 장면도 연출하는 등 온갖 장치와 물량을 다 동원해서 ‘형사반장’이니 ‘형사수첩’이니 하는 것을 만들어 방송해봤다. 그러나 MBC의 ‘수사반장’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결국 수사 물에서는 유일하게 ‘수사반장’만이 장수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았다. 한국의 수사드라마 스타일은 결국 ‘수사반장’으로 낙착된 셈이다. 수사반장 최불암과 몇몇 형사들이 범인을 잡아 조사하면서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가기도 하고, 마치 무슨 이웃집 아저씨처럼 훈계하기도 하고, 때로는 설렁탕을 시켜 그 범인과 함께 먹기도 한다. 이른바 인정(人情)수사극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었고 우리들에게 퍽 익숙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본 것이다. 역시 한국형, 한국식 드라마라서 큰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드라마는 장비나 장치나 기술이 아닌 인문(人文)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의 장수프로그램이었던 ‘전원일기’ 또한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우리 농촌의 현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누구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배경과 무대 속에서 매주 한 토막씩의 상황이 펼쳐진다. 매우 느릿느릿하고 잔잔하게, 주로 안방이나 마당에서, 또는 우리들 눈에 익숙한 들판의 한 쪽에서 특별한 드라마가 없는 리얼리티를 주재료로 삼아 엮어나가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한국식, 한국형이라고 본 것이다.


‘미드’니 ‘일드’에 흔들리지 말고
한국형드라마 발전에 승부 걸어야


무릇 TV드라마는 현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하는 쪽의 보편성과 동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누가 뭐래도 TV드라마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담기게 마련이고, 또 그것을 확장 또는 발전시킬 때 남들도 공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한류(韓流)드라마의 원조는 ‘겨울연가’가 아니라 ‘사랑이 뭐길래’였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중동지역에서 까지 방송된 사극 ‘대장금’이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처음 중국에서 방송돼 크게 인기를 얻은 것은 그 드라마가 중국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자기네 정서나 문화와는 전혀 다른 한국형 생활과 모럴이 그들의 호기심 내지는 관심을 끌었다. 가령 가정 내에서의 부부의 권력구조라든지, 자녀문제와 함께 가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들의 삶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인간적이라든지, 그래서 아주 흥미를 느꼈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욕구를 한국에서 온 드라마가 해소시켜 준 것이다. ‘대장금’ 또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갖는 아름다움과 우월한 가치를 담고 있어서 그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지만 독특한 문화와 그로 인한 아름다움이 궁중요리와 인간적인 질서로 녹아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감동시켰다. 한 마디로 한국이란 나라와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업그레이드 된 문화로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하나는 현대물이고 하나는 사극이지만 둘 다 한국적인 한국형 드라마여서 한류의 첨병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이지, 어설프게 남의 나라를 흉내 냈거나 엇비슷한 문화나 정서로 나갔다면 오늘날의 한류는 꿈도 꿀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미드’니 ‘일드’니 하는 남의 나라의 드라마라면 무턱대고 빠지거나 흉내 내기를 일삼는 드라마제작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한국의 드라마로, 한국형 드라마의 원류를 찾아 더욱 발전시키고,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담는 한국적 드라마가 훨씬 설득력을 갖지 않을까. 승부는 거기서 찾아야 빠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잘 드러나는 드라마가 어떤 것인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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