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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김수현 드라마의 미학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김수현 드라마의 미학⑤
내용 ‘어디로 가나’

이 한편의 드라마는 당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함께 파문을 일으켰다. 아무도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거나,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저 그러려니 하는 세상의 변화를 인간과 인생의 측면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사람이 살다가 어디로 가는가. 사람은 살다가 끝내 어디로 사라지는가.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그 자식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먹고 살기에 바쁘고, 굳이 불효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늙고 병든 부모를 회피하거나 사실상 짐스러워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부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궁극적으로 어떤 일생의 종말을 보게 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실감하지 않거나 일부러라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SBS가 창사특집극으로 여러 차례 김수현의 단막극을 방송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특별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1992년도의 작품이었다. 60분짜리 3부작을 하루저녁에 내리 편성해서 한꺼번에 방송한 예도 파격적이었지만, 적어도 그날 밤은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집중하여 깊은 한숨과 눈물을 짓기도 했다. 전직 교장 출신으로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배우 남일우)를 누가 모시느냐를 놓고 아들 셋이 며느리들과 함께 갈등한다. 그러다 그중 가장 형편도 어렵고 나이 어린 막내아들(배우 송승환) 집으로 거처가 결정된다. 근데 그 막내며느리(배우 원미경)는 학벌이 낮아 무식하다는 이유 등으로 시아버지가 완강히 결혼을 반대했으며 지금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며느리다. 그런 며느리가 이제 그 시아버지를 모셔야 하며, 시아버지 또한 자신의 말년을 이 며느리한테 맡겨야 할 처지다. 결코 고분고분하게 모실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시아버지의 무시와 구박은 여전하고 심지어 대소변까지 받아내게 하면서도 며느리를 좋게 대하지 않는다. 병석에 드러누운 시아버지와의 전쟁인 것이다. 온갖 짜증과 화풀이와 다툼과 악다구니를 하는 사이 인간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과 진심에 대해 새삼 마음의 눈을 떠간다. 그리고는 어느 날 홀연히 시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이 장례를 가장 아프게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슬피 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막내며느리였다.

이 드라마 이후 시청자들은 모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직장에서 가정에서 한동안 멍하니 지냈다. 차마 이 드라마이야기를 입에 올리기를 꺼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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