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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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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여자
내용 '내 남자의 여자'는 88년도에 mbc에서 8부작으로 나갔던 '모래성'의 확장이라고 보면 된다.
세 주인공과 언니 부부의 연령을 40대로 낮추었고 그에 따라 자식들 나이도 어려졌다.

처음 시작하면서 '모래성'의 확장이기는 하나 '모래성'의 리메이크는 아니게 써야한다는 부담이 컸었고 그래서 마침 곽영범 감독한테서 한참 전에 받아두었던 '모래성' 대본을 한 차례 훑어놓고 시작했었다.
대사 한 줄이라도 중복되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언니 남편의 바람돌이 설정은 그대로 갖고 왔고 언니가 남편 바람질에 어느 만큼은 달관한 것도 같으나 '모래성'의 형부는 '내 남자의 여자'에서의 형부처럼 귀엽지는 않았었고 '모래성'의 언니는 '내 남자의 여자' 언니처럼 세련되지도 않았었고 격투기를 하지도 않았었다.
또 남편의 또 다른 여자 역할도 '모래성'에서는 부부 사이에 끼어든 한 여자였으나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삼각구도의 한 꼭지로 알뜰하게 활용했다.

소재가 '불륜'이니 덮어놓고 그저그런 '불륜 드라마'로 치부될 것은 뻔했었고 그것이 억울할 건 없다,
남녀가 함께 사는 세상에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 사는 이 세상에서,사회적으로 '불륜' 낙인을 피할 수 없는 '사랑'도 '사랑'임에는 틀림없고, 그것도 우리 인생살이의 한 단면이 아닌가.

무늬만 '불륜'은 쓰고싶지 않았고 '불륜'을 미화도 매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작하는 첫회에 지수네 주방에서 준표와 화영의 관계를 들통내고 지수 언니가 화영과 육탄전을 벌이는 과격한 씬을 연이어 쓴 것을 혹자는 시청률 사냥을 겨낭한 것으로 해석한 모양인데

첫째,원래 나는 '옛날옛적에 어디어디 누구누구가 살았는데 그 누구누구가 이러저러한 일로 만나서 눈이 맞았대요'식의 시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 상에서 어떤 남녀의 사랑을 그릴 때는 나는 대부분 이미 '사랑하고 있는' 상황에서부터 보여주는 걸 선호한다.
왜냐하면 내 경우에는 그 전 과정을 쓰는 작업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첫회에 동생 친구와 동생 남편의 그 장면을 목격한 언니가 그 다음회에 곧장 여자 집으로 처들어가 난동을 피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진 진행이었다.

시청률 낚기 위한 계산 속같은 건 없었다.
그저 꾸물거리기 싫었었고 느슨하기 싫었을 뿐이다.
50회짜리 연속극도 아니고 24부짜리 미니시리즈 아닌가.
터질 거 다 터지고 난 후 세 주인공의 심리 더듬기와 행보를 엮어보자는 게 내 목적이었으니 더구나 늘쩡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4부에서 지수까지 알아버리는 걸로 터뜨릴 거 다 터뜨려 놓고 그 때부터 '자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했었다.

'완전한 사랑'을 쓸 때 '여자가 아파서 죽는데 까지'라는 단순한 한 줄기를 갖고 24부를 써내면서 매주 '큰일났네 뭘 쓰지? 뭘 써야하지?'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마 지수가 남편을 쫓아내고 나서부터였을 거다,
그 게 8부였었나.
그 다음 주부터 매주 '큰일났네 뭘쓰지? 뭘 쓰지?'
하면서 24부까지 갔었다.

일일연속극은 일일연속극의 밀도가 있고 주간 연속극은 주간 연속극의 밀도가 있듯이 당연히 미니시리즈는 미니 시리즈의 밀도가 있다. 일일연속극같은 주간연속극같은 미니시리즈는 쓰고 싶지 않았었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극적인 사건은 일찌감치 다 터뜨려 놓고 무슨 재주로 나머지를 여전히 쫀쫀하게 엮어나갈 참인지 내가 생각해도 한심했었다.
더구나 요즈음 처럼 칠렁펄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심리 따라오세요'가 과연 어떨런지....

'나 뭐쓰지? 쓸 거 없어 큰일났네,진짜 큰일났네'
하면서 어쨌거나 24부를 채워 넘기고 끝을 냈다.
일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두 불행한 작업은 아니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프로다운 프로 연기자들과 감독다운 감독을 만나 나 역시 뒷끝이 산뜻한 작업이었다..

200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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