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4회 남겨놓고 | |
내용 |
사계절 중에서 제일 느닷없이 시작되는 계절이 가을이다..
더워더워 에어컨을 켜 말어하고 보낸 어느날 다음날, 잠자고 눈 뜨며 아아 오늘은 또 얼마나 죽일래나 하는데 어머나 이게 무슨 일 , 선듯한 가을이 창밖에 와 있다. 반가우면서도 느닷없이 맛빡을 후려맞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모르게 속은 기분 비슷하기도 한 이 반전이, 마치 어제까지 다정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결별 통고를 하는 연인같다고 할까.. 좌우간 뭐라고 표현할 길 없는 당황스러움에 어제까지 더워더워 난리쳤던 경박스러움을 부끄럽게 까지 만드는 여름과 가을의 바톤 텃치는 물고 물리는 사계절 순환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다. 나머지 세 계절은 다 예고편에 미리 보기도 있는데 가을만 어느날 갑자기 창밖에 와 있다. 매미는 아직 끈질기게 울고 있지만 평창동은 이미 여름은 아니다.. 선뜻한 가을 바람이 가슴을 건드리면 누구나 드는 생각이 '아아 한해가 또 끝나가는구나' 인가 보다. 집 식구는 '어느새 벌써 가을이야.. 우울해 죽겠어' 했고 아직 미혼인 후배 작가 하나는 ' 어이 시이 벌써 금년 다 가요오. 성질나게에' 했다. 일도 별무신통이고 결혼도 못한채 또 한해를 놓치고 있는게 성질난다는 소리다.. 성질 날만 하다.. 일 한껀 해 치우고 결혼할 일도 없는 나도 성질까지는 안 나지만 '에에에에이'하는 기분이기는 하다. 약속된 일 꼽아보고 내 나이 꼽아 보고 과연 약속된 일들 어지간히 해 치울만한 컨디션 보전이 돼줄 건가 어쩔 건가,대부분은 자신 있다가 잠깐씩은 불안하기도 하다. ' 엄마가 뿔났다' 마무리 4회분 남겨 놓고 어제 마음은 이어서 오늘도 작업 계속해야지 했는데 웬걸 자고 일어나니 조변석개 내 마음,그냥 땡땡이 치고 싶다. 뭐 4회분이야 뭘로 메꾸든 메꿔지겠지. 어지간하게 끝은 나겠지만 '엄마가 뿔났다' 작업과정은 연기자들의 불안한 건강문제로 감독이나 나나 아주 많이 무겁고 힘들었었다. 북창 밖의 나무잎들은 아직 진초록색이지만 천만에 여름은 벌써 퇴장 중이다. 2008.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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