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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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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題1
내용 2003. 10. 04

우리는 숨을 들이 쉬고 내쉬고를 반복합니다..
그게 우리의 목숨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의 전부입니다.
숨쉬지 않는데 살아 있다는 얘기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나무도 숨을 쉽니다. 바위도 숨을 쉰다고 합니다.
죽는 게 뭡니까.
내쉰 숨을 들이 마시지 못하면 죽는 겁니다.

내쉰 숨을 들이 마시지 못하면 죽는다...
그렇게 시시하고 간단한 것에 우리의 삶과 죽음은 한 나무에 매달린 과일처럼 같이 매달려 있는 겁니다.
우람하고 강건한 나무도 아닙니다.
숨만이 있는, 숨이 전부인 공기같은 연기같은 나무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육체는 50킬로그람, 60킬로그람, 또는 그 이상 그 이하이기도 합니다만 우리의 목숨은 무게도 없습니다.
호흡이 목숨입니다.
육체는 호흡이 멈추면 악취를 풍기며 분해되는 돼지고기 쇠고기와 같은 살덩어리일 뿐입니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옆에서 시간이 저 혼자 재깍재깍 흘러갑니다.
우리는 우리가 들이 쉬었다 내 쉬는 숨의 연속을, 연속 숨쉬기의 동안을 인생, 삶이라고 합니다.

재깍재깍 저 혼자 시간을 새겨가는 시계, 그것을 기록하는 달력, 바뀌는 계절이 있어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숨을 멈추었을 때 서른 두살에 가다니 아깝다, 팔십을 넘겼으니 장수했다 등으로 말합니다.
100년을 산다한들 200년을 산다한들 너무 길다고 할 사람 있을까요.
삶에 대한 우리의 욕심은 천정도 바닥도 없습니다.

몸을 동강이로 잘린 지렁이는 완전히 죽을 때까지 살려는 노력을 포기 안합니다.
파리채에 맞은 파리도 아예 끝나버린 상태가 아니면 그 작고 볼품없는 날개와 다리를 떨면서 죽음에 저항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설죽은 닭에 끓는 물을 붓다가 닭을 놓쳐 살기를 갈망하는 닭과 그 닭을 잡아 아버지의 백숙을 만들어 상에 올려야하는 엄마의 필사적인 뜀박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깔깔깔 웃으면서 닭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것은 희극이면서 동시에 비극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쟤는 닭이면서 뭣때매 저렇게 기를 쓰고 살려고 하나. 닭밖에 안되고 언제든 사람 입에 들어가기 위해 죽게 돼있는데....'

그때는 날파리 진딧물까지 살려는 의지, 어쨌든 살고 보려는 것이 살아있는 모든 것의 본능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 입니다..

덮어놓고 어쨌든 살고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존재하면서 無限하게 살지 못하고 有限하게 살다가야하는 목숨이란 참 가엾고 처량하고 슬픈 겁니다.
가엽고 처량하고 슬프게도 우리의 목숨은 有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낭비는 너무 아깝습니다..

낭비 중에서 가장 멍텅구리 낭비가 산란한 머리와 불행하고 불편한 마음 상태에 자신을 점령당해 그것에 휘둘려 끙끙 앓아가며 풀통에 빠진 파리처럼 고통스럽게 시간을, 생명을 까먹는 거리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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