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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병원 실려갈 뻔 했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병원 실려갈 뻔 했다.
내용 티비 드라마 작가 35년에 이제껏 어느 회 방송을 보고 ' 잘 만들어졌네 '한 적이 과연 몇 회나 될까.
함께 일했던 연기자며 스탭들과 감독의 수고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소릴 듣겠지만 진실로 거의 기억에 없다.
편집이 전혀 리듬감이 없이 한심하거나, 어떤 연기자 대사가 뭉그러져 전달이 명쾌하질 않거나, 소품이불이 버스럭거려 신경을 긁거나, 밥상을 한정식처럼 능느러지게 차려 부아가 끓게 만들거나, 세트 찌그럭대는 소리가 유난하거나, 오디오가 들룽날룽하거나, 느닷없는 음악이 귀에 거슬려 신경질이 나거나, 열거를 하자면 끝이 없는 복병들이 드라마 한회분에 반드시 한둘은 끼어 전체를 초쳐서, 대본 만들어 내 보낸 사람 약을 올린다. 그렇게 오르는 약은 35년 동안 어느 정도는 면역도 되고 또 나도 늙어서 방송 끝난 후에 감독에게 조목조목 체크 요구 하는 것으로 넘어가고 마는데 어제 일요일 방송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는 완전히 나를 돌게 만들었다.

몇군데 편집 뚝꺽거리는 건
' 에이구 또 길었나부다. 그런데 정말 저렇게 짜를 수 밖에 없나 '
풀풀거리고 넘어가면서
' 지난 주부터 왜 오디오가 고르질 못하지? '
하고 있는데 이런이런, 이럴 이럴 수가.
분명히 하루 전 토요일 방송에서 회사에 반납한 자동차를 타고 시우가 아내를 친정에 데려다 주는 게 아닌가.
그 장면 이후 방송은 보고 있어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감독을 찾는데 감독이 잡히질 않았다.
감독이 안 잡히면 다음 차례는 조감독. 조감독은 집에 있었다.

물론 시작은 누구누구씨 하면서 교양있게 했는데 그만 이 조연출이 첫응대를 잘못하고 말았다.
' 후후후 네 선생님 그게요. '
했으니 말이다.
' 지금 웃어요? 웃을 일이에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멀쩡하게 어제 반납한 자동차를 타고 친정엘 왜 가요. 우리 기록 없어요? 몇십명이 뭉쳐 다니면서 일하는데 모두 다 바보천치들이에요? 어떻게 누구 하나도 제대로 챙긴 사람이 없을 수가 있어요.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당신들. 뭐에요 왜 그랬어요 에? 말을 해봐요.뭐냐구 도대체가!! '
나는 목청이 꽤 큰 편이다. 골이 터지면 목청은 훨씬 더 커지고 높아지고 상대방이 뭐랄새없이 인정사정없이 퍼부어댄다.
아아 나의 이 고약함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조연출의 사정설명인즉슨 해도 짧고 촬영분량은 많고 시간에 쫓기는데 소품으로 쓰는 승용차 차가 미처 도착을 안해서 할 수없이 '그 차를 썼다 ' 였다.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
너무 기가 막혀 빼액 소리 지르고 퍽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한 이십분 쯤 경과했을까 감독의 전화.
' 미쳤어요? 돌았어? 뭐 우리도 누구처럼 드라마니까 너그러이 이해해달라고 할래요? 드라마가 뭔데. 드라마가 사기 놀음이에요? 어떻게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해. 뭐라고 변명의 여지가 없잖아요. 아니 왜 그래요 진짜 이 영감이이이잇!!! '
그러고도 한참을 더 악을 썼는데 감독은 그 착오를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
'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내가 꼼꼼이 다 챙기는데에에... '
'완전한 사랑' 24부는 그 한 껀, '대충대충'이 한꺼번에 홀랑 다 말아 먹어 버렸다.
마귀할멈이래도 좋고 저승사자래도 좋다.
나는 이런 일들을 참을 수가 없고 참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사기놀음이 아니다. 나는 죽어도 사기놀음꾼이 될 수 없다.

몇 시간 잠을 아주 불쾌하게 자고 일어나 21회분 대본 뒷부분 8쪽을 쓰는데, 자고 일어나서도 분이 안풀려 머리가 돌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넉잡아 3시간이면 충분한 분량을 6시간 걸려 끝내 보내고 나는 지금도 아직 분하고 분하다.

도대체가 차가 미처 준비가 안돼서라는 이유가 이유로 성립이 되는가. 오늘 찍어 내일 방송 내보낼 상황도 아니었다. 아니 설혹 그런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런 경우 자동차 담당은, 하다못해 아파트에 세워진 주민 자동차 중에서 같은 차종을 찾아 긴급 섭외를 해 쓰든지, 아니면 길에 나가 지나가는 자동차 중에서 골라다라도 반드시 대본 상황에 맞춰줬어야 한다. 그것이 자기 일에 대한 철저한 책임완수다.

대충대충 만들어낸 드라마를 대충대충 보면서, 만드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입을 모아 '드라마니까'라는 말로 드라마 자체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풍조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어떻게 자신의 일을 ' 대충대충 ' 엉망진창인 것으로 만들어 놓고 비열하게 ' 드라마니까 '라는 변명으로 뻔뻔스럽기까지 할수가 있나..
내가 하는 일을 내가 비하시키면 내 일만 비하되고 나는 전혀 상관없는 건가.

만약 누가 내 일을 하면서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고 내 앞에서 ' 드라마니까 '라는 소리를 지껄인다면 나는 그 사람 입으로 가차없이 주먹을 날려 버릴 것이다.
비록 늙고 조그만 주먹이기는 하지만....

아아 혈압높은 할매 진짜 하마터면 병원 실려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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