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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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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는 훌륭하게 잘 울었다
내용 14회였었나.
시우가 형에게서 아내의 목숨이 얼마 안남았다는 말을 전해듣는 장면서 부터 집으로 들이 닥쳐 아내에게 무릎 꿇고 비는 데까지의 차인표 군 연기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딴지를 거는 이들이 있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다.
어떻게 봤든 어떤 식으로 느꼈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다.
자기가 그렇게 보고 느꼈다는데 어쩔 건가. 그건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자기의 느낌과 판단이 정답이라는 착각 내지는 오류는 곤란하다. 차인표 '눈물연기'가 어색하다느니 부자연스럽다느니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들은 모두 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정답이라는 전제 하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완전한 사랑'에서 보여준 차인표 군의 '눈물'에 대한 혹평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차인표 군은 훌륭하게 잘 울었다.
그는 차인표로서 박시우의 '눈물'을 '연기'하지 않았다.

그는 차인표가 아닌 박시우가 돼서 박시우로서 울어 주었다.
' 아아 저 친구는 울 때 저렇구나 '
잠깐 그러면서 연기자로서 그 철두철미하고 진지한 몰입과 지혜로운 선택에 감탄하며 감사했었다..

철두철미하고 진지한 몰입이라는 말은 그 청년이 차인표로서 박시우라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 박시우라는 드라마 주인공이 있는데 드라마 바깥의 그 사람은 차인표라는 이름의 연기자다 '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그가 ' 박시우 ' 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지혜로운 선택이라는 말은 그가 얼굴 고대로 보존하며 눈물만으로 아름답게? 우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실제 자신이 그 상황이라면 바로 그랬을 얼굴을 보여준 것에 찬사를 보내는 말이다.
인표 군이 옳았다. 때문에 그 슬픔은 아주 리얼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 온통 잘못 꾸며진 주인공들만 보면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 주인공 여자들은 자면서도 화장한 얼굴이다. 그들은 밥먹는 것도 너무나 예쁘게 먹고 웃을 때는 언제나 천사의 얼굴이다. 우는 얼굴도 절대 흉하면 안된다..
얼굴 고대로인채 눈물만 주루룩이든 또로록이든 줄줄줄이든 흘리면 되고 거기다 입 모양만 조금 옴찔거려주든 이마 약간 째프리는듯 해주면 ' 우는 것도 어쩌면 저렇게 이뻐 '든가 ' 우는 것도 어쩌면 저렇게 멋있어 '가 된다..
그것은 엉터리다..전혀 리얼하지 않다..거짓말이다..구닥다리 1950년대 식 그야말로 ' 죽은 연기 ' 다..

보는 나는 전혀 슬프지 않은데 화면 속 배우들은 수도꼭지 틀어 놓은 것모양 줄줄 울고 있는 드라마가 많고도 많다.
그것도 얼굴은 잘 생긴채, 예쁜 채 고이 잘 보존하면서 말이다.
울어질 정도의 감정 상태도 못 만들어진 장면에서 줄줄들 울고 있는 배우들을 볼때마다 ' 참 저것도 재주는 재주다 ' 씁쓸한 감탄을 하는데, 나는 그런 가짜 눈물을 정말 진실로 혐오한다..

대본은 연기자가 저절로 울수 있는 감정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져 나와야 하고 연기자는 그런 대본을 받아서 얼굴이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할 수 없는, 진짜 슬픔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이 무너지지 않는 울음은 꾸민 ' 울음연기 ' 일 뿐이다..

최근에도 어떤 일일극에서 남자 주인공이 삑하면 줄줄줄 우는 걸 몇번 본 적이 있다.. 뭐 별로 그렇게 울만한 상황도 아닌데 삑하면 거침없이 고운 얼굴로 눈물만 줄줄줄 흘리는데
' 아이구 저 녀석은 왜 저렇게 지저분하게 우냐 .'
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억제하는 노력이 없이 그냥 노대기로 내 놓고 우는 울음은 뻔뻔스럽고 천스러워서 나는 싫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박시우의 바로 그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해 보자. 얼굴이 안 망가진채, 혹은 덜 망가지면서 박시우의 감정 상태 표현,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하품하는 모습도 혼자 있을 때와 누가 볼 때가 다르다.

박시우의 감정상태는
1. 아내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 곧 죽게 된다는, 제대로 실감이 안나면서도 공포에 가까운 경악과 당혹감.
2. 아내가 아니라 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에 대한 황당함과 일말의 배신감.
3.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
4. 자기 부모에 대한 분노와 무엇으로도 살려낼 길이 없다는 아득한 절망감..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어떻게 얼굴을 망가트리지 않고 터져 나올 수가 있나.

조금 부아가 나도, 좋은 쪽으로 기분이 고조돼도, 무안해도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친구가 있다. 수다를 떨 때는 수다떠는 입술이 아코디온 주름처럼 물결치는 사람도 있다. 일란성 쌍동이가 아닌 이상, 똑같은 얼굴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 지구 상의 무수한 얼굴이 각양각색이듯,감정 상태에 따른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단언컨대 안 울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쩔 수 없이 울어질 때의 감정 폭발에 흉하지 않을 얼굴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동의할 수 없으면 울 일이 있을 때, 울 때, 거울로 한번 자기 얼굴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 일단 배우가 아닌 우리 민간인은 고운 얼굴로 우는 연기는 도대체가 불가능할 것이니, 자신의 우는 얼굴이 얼마나 흉한가에 충격받지는 말기 바란다.

인표군은 정형화된 텔레비전 드라마 속의 ' 곱게 거짓으로 우는 ' 연기 패턴을 깨부셔 버렸다. 자신의 우는 얼굴을 고대로 내보인 인표군은, 오랜동안 세뇌되어 정답처럼 되어버린 패턴화된 아름다운? 우는 얼굴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 연기력 미흡 '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인표 군.
그것은 그저 솔직하고 정직하게 표현되는 울음을 볼 기회가 없었던 시청자들의 ' 낯설음 '일 뿐이니 과히 마음쓰지 말기 바라오.
그대는 훌륭했고
그대의 선택은 지혜로왔고
나는 그대를 지지합니다.

아아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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