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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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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필요하대서
내용 웹 마스터한테 사진 요청을 받고도 두달은 족히 게으름을 피우다가 사진 보따리를 풀었다.
어린 시절이야 다같이 가난하기도 했었고 또 별로 사진찍기를 즐기는 성격도 아니라서 흑백사진은 불과 몇장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다 방송작가가 되고도 여성지 인터뷰나 책 표지용 사진 말고는 멀쩡한 보통 날 찍어둔 사진은 거의 없어 사진 재산은 한심할 정도로 빈약했다.

그나마 사진으로 남은 것은 몇 차례 여행 중 찍힌 것들과 돌아가신 정주영 회장님 모임의 사진이 전부인데, 분량으로 치면 회장님과의 사진이 압도적이었다.
회장님이 움직이실 때는 반드시 사진 담당 여비서가 하루 진종일, 이틀 진종일, 일주일 진종일 따라 붙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사진 정리를 하다가 몇번이나
' 근데 이 남자가 누구지? '
했었는데 도무지 누군지 모르는 남자와 아주 친한 척 하면서 찍힌 사진이 예닐곱장은 됐다.
모두 여행중 사진들인데 누가 날더러 성질 고약한 마귀할멈이라는 거야. 누군지 기억할 수도 없는 낯선 남자들과 그렇게나 친한 척 사진도 찍혀주고 그러는데 하하하하.

5월 마지막날, 회장님 사진 담당 여비서와 함께 창우리 회장님 묘소에 다녀왔었다. 빈소에 잠깐 다녀오고 영결식에도 그 후 추모행사들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으면서 마음으로 많이 송구했었다.

현대 측 사람들은 어쩌면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애에서 회장님과의 오랜 교분은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보너스였다.
그분은 진정한 의미의 巨人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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