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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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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이야기
내용 ' 이 남자가 내 생일을 기억하나 못하나 '
벼르면서 생일 챙겨받을 사람이 없어선지 나라는 사람은 평생 내 생일이고 남의 생일이고가 머리속에 없는 사람이다.
그저 딸아이 생일이 가까와 오는 어느날 문득 ' 어 며칠 안남았네 ' 잠깐 생각할 정도라고 할까.
그렇게 해 놓고 정작 그날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황당했던 어느 해부턴가는 ' 어 며칠 안 남았네 ' 바로 그 순간에 아줌마한테 미역국 주문을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생일선물을 해결한다.

유일하게 메모 달력에 ' 선생님 생신 ' 이라고 표를 해 놓는 날짜가 하루 있는데-평택 은사님-그것도 얼마 전에 전주 사는 친구가 미리 귀뜸을 해주기 때문이지, 그 친구가 아니면 완전 황일 사람이다.

청주 아우가 ' 언니 아무날 형편이 어때? ' 하는데 대고 ' 왜애? '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렇게 살면서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 친구 다섯명의 생일모임은 하나 있다.

어느 날 살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서로 생일은 챙겨주고 챙겨받자는 의논이 돼서 생일인 사람은 밥사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쁜 찻잔 선물을 하거나 하는 소박한 모임이다.
그 모임에서 나이 제일 어린-어려서 59살이다-친구가 수첩에 각각의 생일날을 적어 놓고 미리 스케줄 맞추는 수고를 한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니 스케줄 맞추기가 용이치 않아 생일 며칠 전일 수도 후일 수도 있는데, 이번 달에는 내 생일 모임이 역시 스케줄 조정 관계상 모레 일요일로 잡혔었다.
정확한 생일날은 월요일이고 내가 원한 날은 제일 부담없는 금요일이었는데 여의치 않아 일요일로 약속을 해 놓고 내내 찜찜했었다.

월요일부터 작업을 해야하는데 일요일 외출은 정말 고약하게 싫고 또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 아우우 집에서는 점심 안 먹나? 잠간 나와서 밥만 먹고 가면 되잖아. '
대개들 뭘 그리 유난이냐는듯 이렇게 말하는데 그럴 때 나는 정말 화가 난다.

목요일 탈고, 그리고 리딩, 금요일 하루 정도 가볍게 외출할 수 있고 토요일 일요일은 집에서 빈들거리다 월요일에 일 시작.
이것이 무능한 나의 작업 규칙이다.

그렇다고 토, 일요일에 머릿속으로 구상을 한다든지 플롯을 짠다든지 그런 건 전혀 아니고 그냥 빈들거리며 놀뿐인데도 그 이틀은 다른 일로 부서뜨리기가 싫다.
토요일 외출도 정말 피치못할일 아니면 기피하는데 일요일 외출이라니, 일요일을 내 줘놓고 계속 속이 불편했었다.

그래놓고 일을 하는 이번주 초-월요일?-에 삼화프러덕션 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금요일에 생일 파티 예약을 하겠다는 얘기였는데 그이 말과 나의 추측을 섞어본즉슨, 아마도 내 음력 생일을 아는 어느 연기자가 시작해서 몇몇 출연자들이 모여 저녁이나 먹자고 했었던 모양이었다.
그 얘기가 어찌어찌 삼화 회장한테 들어갔고, 김수현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그 양반이 떴다봤다 ' 모든 건 나한테 맡기시오 ' 하면서 일이 커진 것 같았다.
' 미쳤나봐. 생일은 무슨, 아 싫어요오오오!!! '' 아 싫어 글쎄, 챙피하게,챙피해요오오오!! '' 싫어 싫다구우우!! '
했는데 그 양반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 중식으로 할까 양식으로 할까 '' 아 괜찮어어. 연기자들이 다같이 모여 저녁 먹자는 건데 뭐 어때요. 해.하자구 '' 아 글쎄 내가 한다구우우 '
컴퓨터 두드리다 받은 전화가 성가셔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괴팍하게 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어물거리다가 그만 ' 하자 ' 가 돼버렸었다.

그래놓고 화요일 수요일 작업을 하는 내내 금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나가야한다는게 부담스러워 언짢았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청주 아우들이 밥 먹으러 올라올 예정이 잡혀 있었으니 연 사흘을 다 내놔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화요일에 일요일 친구들 모임을 뻐개버렸다.
' 나 죽어. 목요일오전까지 쓰고 오후 리딩하고 금요일 파티하고 토요일 청주 애들 오고 일요일 또 나가고 그럼 나 원고 못대. 나 죽어. 미루자 '

한 껀 해결하고 작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금요일 파티가 깔짝거렸다.
연기자들과 밥먹고 몇시간 보내는 게 나쁠 건 없다.
그러나 걔중에 어떤 연기자한테는 반갑지 않은 행사일 수도 있고, 소문 잘못나면 느닷없는 ' 작가의 횡포 '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늙더니 망녕났다, 웃긴다 소리도 돌아다닐 수 있을 거 같고, 우선 내 생일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케익짜르고 박수치고가 무지무지 부끄럽고 챙피하고,그 다음은 기운빼는 게 무서웠다.

게다가 또 집 식구도 ' 웃긴다 ' ' 괜히 쓸데없는 말 나게 한다 ' 염장을 지르고 결국은 몇시간 뒤 동경 가 있는 제작사 회장을 붙잡았다.
' 그것 좀 취소해 줘요..나 컨디션 조절해야 해..안 그럼 아파.아파서 원고 나빠져. 중요한 건 대본이지 생일이 아니에요. 취소해 주면 내가 이쁘다 그럴게요. '
온갖소리를 다 해서 결국 취소 응락을 받고나니 날아갈 것 같았다.

수요일 일 중간에 토요일에 아우들과 밥먹을 식당에 예약을 해놓고 목요일 오전 청주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집 형제들 중 장남이 새벽에 갑자기 병원으로 들어가 오후 3시부터 심장에 그물망을 넣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심근경색 환자에게 시술하는 막힌 혈관 뚫어 넓히기 수술이다.
삼재는 확실한 삼재다..
여동생 하나가 많이 아파 카나다에서 불러내 병원들어갔다 나와 아직 여기 있는데, 이번에는 남동생이 그 모양이니 삼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술이 딜레이 돼 4시에 수술실 들어갔다는 소식을 받고 5시 연습에 들어갔는데 웬 꽃에, 나비한마리 앉은 와인병에, 케익이 들어왔다.
초하나 꽂아 해피버스데이 부르고 촛불끄고 박수 치고 껐던 불 다시 켜고 정말 무안해 죽는 줄 알았다.

리딩 끝나고 7시부터 kbs 장 본부장이 내는 저녁 회식.
정사장님까지 참석해서 옷에 밸 고기 냄새 걱정하며 좀 달기는 하지만 싱싱한 꽃게장에 밥 두어 숟갈 먹고 집으로.

집에 와 토요일 아우들과 먹기로 한 저녁 예약 취소.

취소. 취소. 취소. 취소. 디립다 다 하고
오늘, 지난 가을 보라색 니트 리본 바지를 생일선물로 미리 준 친구와 다른 두 친구 더 모여 느닷없는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바로 그 보라색 옷을 입고 나가서..

동생은 아직 중환자실에 코에 호스 꽂고 있다고, 내일은 아주머니가 노는 날이라 밥먹을 일이 또 고약하다..


정확한 생일날은 월요일인데 내 작업스케줄 때문에 온통 다 금요일 생일이 돼버린 웃기는 생일 후담이다.

좀 전에 작년에 출가한 조카딸 전화가 왔다.
' 해마다 생일을 그렇게 건너 뛰셔 어떡해요 이모. '
어머니어머니하는 무당 아이가 몸수 너무 나쁘니 생일, 소리도 하지 말고 지나라고 해서 59살부터 작년까지 그냥 지냈었다.
그 얘기다.
그리고 신랑하고 내일 인사오면 안되냐고.
' 얘 이모 기운빠져. 삼촌 일어나면 그 때 하루 금요일, 다같이 모여 밥먹자. 너 시집갔으니 어른으로 쳐 부르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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