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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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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숙제
내용 이 사람에게서 무슨 위안이 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생각하셔서 이런 어려운 숙제를 주시나요.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해야 님에게 겨자씨만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며칠 곰곰 생각했습니다만 뾰족한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나 글 올려놓고 대답 기다리실 님이 마음에 걸려 되든안되든 ‘ 내가 생각하는 죽음 ’ 이라는 것에 대해 몇줄 적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까합니다.

아직도 난치로 되어 있는 병에 발목을 붙잡혔으니 얼마나 드는 생각이 많겠습니까.

수술 후 ‘ 괜찮다 ’ 는 결과를 들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 괜찮다 ’ 한마디로 개운할 수 없는 게 ‘ 암 ’ 이라는 고약한 병입니다.

나 역시 이년 조금 전에 유방암 수술을 했고 ‘ 괜찮다 ’ 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아직 정기적으로 병원 체크를 받고 있으니 그대도 마찬가지로 계속 점검점검을 받아야할 겁니다.


당사자가 아닌 어떤 누구의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될 수 없을테니 지금 그대의 고통스러운 마음에 대한 위로는 생략합니다.

무섭고 어려운 병이 참으로 많고도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많은 병들에 대하여 모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평등합니다. 그러니 ‘ 왜 내가 ’ 라든지 ‘ 왜 나한테 ’ 라든지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합니다.
어떤 힘든 병도 어떤 끔직한 불행도 어느 날 갑자기 문 두드리는 불청객처럼 그렇게 쳐들어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 다른 모든 사람한테도 그리고 나한테도 ’ 입니다.

우선 그것을 받아들이십시오.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왜 내가 이렇게 불운해야하나
당연히 그런 반발심이랄까 억울한 감정같은 게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대만 피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건 애초에 없습니다.
누구도 그런 특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불운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러면 어느 정도는 담담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영원히 살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왔고 오늘도 살고는 있습니다만 죽음은 항상 ‘ 삶 ’ 의 쌍둥이처럼 함께 붙어 있었고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싱싱하게 살아서 아침에 대문을 나간 사람이 죽음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저녁 잘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 가족 다 함께 티비 보다가 잠자리에 든 사람이 죽음으로 아침을 맞기도 합니다.
그런 일도 다른 사람들에게만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태어남은 경쟁으로 시작되지만 죽음은 무작위로 그냥 당하는 것이고 누구도 속수무책, 우리는 매일 매순간 죽음과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합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해서는 건강할 때 미리부터, 삶이 순조로울 때 미리미리 조금씩 생각하고 정리하고 준비하고 각오해 둬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생각하고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건 그리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언젠가 마지막 날이 저 앞에 있으니 그날을 어떻게 맞을 건지는 생각해 놓는 게 좋을듯 싶습니다.

突然死나 事故死가 아니면 우리는 대부분 病死거나 自然死로 生을 마감합니다. 돌연사와 사고사의 경우는 그럴 틈이 없지만 病死나 自然死는 ‘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 를 생각해둘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품위있게 죽고 싶다는 허영심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죽어야할 시기가 되면 삶에 대한 미련과 집착으로 주변 사람들 힘들게 안하고 부질없는 생명연장으로 길게 끌게도 안할 것이고 죽는 것을 억울해하지도 않을 것이고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걱정도 그리 많이 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진즉에, 하나 자식이 중학생 때였을 겁니다.
‘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거든 옆에 놓고 고생하지 말고 즉각, 지체없이 시설에 맡기고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
그렇게 말해두었습니다.
진즉에 십수년전에 이미 아우들한테 얘기해 두었습니다.
‘ 내가 죽거든 소문 내지 말고 그냥 너희들끼리 조용히 치워다오. ’

삶과 죽음이 문지방 하나 이쪽저쪽일진대 나는 그냥 가족들과의 이별로 조용히 사라지고 싶습니다.

‘ 죽지는 않는다 ’ 라는 말을 들었으면 일단 죽는다는 생각은 버리십시오.
‘ 죽지는 않는다 ’ 라는데 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합니까.
‘ 산다 ’ 는 생각만 하면서 살기위한 투병에 매진하십시오.
물론 ‘ 죽지는 않는다 ’ 가 어느 시점에서 ‘ 죽는다 ’ 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때 죽음을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때까지는 ‘ 삶 ’ 에 대해서만 생각하십시오.

삶이 별 것 아니듯 아마도 죽음도 별 것 아닐 겁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에는 삶을 살아야지 죽음을 살지는 마십시오.
왠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옳습니다. 그냥 여태 살던대로 사는 건 지금 그대가 받아 안은 시련을 아무 의미없는 고통으로 끝내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하십시오.
열심히 ‘ 그럼에도 불구하고 ’ 감사할 일을 찾고 감사하십시오.

우리가 어떻게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있겠습니까.
설령 안다한들 피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것이 그놈입니다.
그저 生者必滅,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 다른 삶이 가능할까 두렵다고 했는데 마음과 생각을 바꾸면 그 안에서 다른 삶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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