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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64)-드라마의 한류, 어디까지 왔나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64)-드라마의 한류, 어디까지 왔나
내용 한류(韓流)드라마의 빛과 그림자
드라마의 한류, 어디까지 왔나


김수현이 쓴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55회짜리 주말연속극이었다. 1991년 11월 23일부터 다음 해 5월 30일까지 MBC-TV를 통해 방송되는 사이, 경이로운 시청률을 올렸음은 물론이고 거의 신드롬에 가까운 일대 선풍을 일으켰다. 그것도 무슨 특별한 소재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엮었는데도 사람들은 주말마다 그 드라마를 기다렸다. 보수적인 가정과 다소 현대적인 두 가정의 문화와 가치관의 충돌이 빚는 에피소드들을 경쾌하게 펼쳐가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봤다는 것은 작가가 갖고 있는 인간과 생활에 대한 성찰과 애정이 얼마나 뜨겁고 타당한 것이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더니 드디어 방송이 끝난 지 약 5년이 넘은 1997년 6월 15일부터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서 이 ‘사랑이 뭐길래’를 가져가 방송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후 처음으로 들여간 첫 번째 한국드라마이기도 하고 한국드라마 사상 첫 번째 수출이기도 했다. 이른바 한류의 시작인 셈이다. 한류라는 말도 그 이후에 중국에서 내놓기 시작한 말이다. 한국의 문화, 한국의 물결이라고나 할까. 그때까지는 한국이, 한국의 문화적 흐름이 다른 나라로 나가서 먹힐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CCTV의 일요일 오전 ‘국제영화극장’ 시간에 방송되기 시작하자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선 저 중국대륙의 수많은 시청자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이 드라마는 한동안 중국 내에서 잊혀 지지 않았고, 중국시청자들은 방송사에 편지나 전보를 보내 잇달아 재방송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CCTV는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요구를 수용해 다시 1998년 7월 29일부터 저녁 9시 7분 황금시간대에 두 번째 방송을 시작했다.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랑이 뭐길래’는 두 번째 방송에서도 숱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북경방송텔레비전신문’의 금주의 베스트 텔레비전연속극 순위에서 끝까지 3위 안에 랭크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과 현대적인 가정을 묘사한 이 드라마는 쌍방의 아들과 딸이 연애하고 결혼한 후, 이 두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평범하고 지극히 사소한 일들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앞장서고
사극 ‘대장금’ 등이 한류를 이어갔는데....


무슨 가슴이 뛰거나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충돌이 발생하거나 심금을 울리는 짜릿하고 극적인 스토리텔링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왜 ‘사랑이 뭐길래’에 흠뻑 빠졌을까. 당연히 연속극의 본질에 맞는 작가의 극본성공이 그 첫 번째 열쇠였다. 그것을 다른 말로 ‘진실 된 내용과 구성’이라고 당시 이 드라마의 번역을 맡았던 CCTV 국제부 편집주임 ‘리 쩐휘’(李眞惠)씨는 진단했다. “인간의 진선미를 노래하는 것을 바탕으로 삼고, 진실 되고, 섬세하며, 유머스럽고, 즐거우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연출해냄으로써 사람들을 계발시키고,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음미하게 하는 재미”가 관건이었다고도 했다. TV드라마가 취해야 할 덕목, 가치,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과 순기능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한류, 한류드라마는 이렇게 열린 것이다. 가장 정상적인 텔레비전드라마의 역할과 기능을 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이야기를 무리 없이, 인간의 생각과 생활의 리얼리티를 유감없이 살려냄으로써 누구에게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특별히 한국드라마만의 해괴한 특징을 가지고 그들의 관심을 끌어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한류는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최초의 한류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이후 바깥에서 한류를 이어간 몇몇 드라마들만 봐도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그 가운데 사극 ‘대장금’의 경우 가장 오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방송한 드라마로 꼽힌다. 문화적 배타성이 비교적 강하다고 알려진 중동지역에서도 ‘대장금’의 위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대장금’이야말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과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그들의 정서까지 순화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메마르지 않는 인간의 따듯함과 아름다움, 위대함, 지혜가 그 속에 녹아있다. 아울러 한국의 음식문화가 갖는 나름의 고귀한 가치까지 담고 있는 구도로 사극 ‘대장금’은 진행됐다. 그리고 전형적인 드라마작법이라고 할 수 있는 끝없는 기승전결의 되풀이와 주인공이 마지막 목표를 향해 온갖 시련을 끝까지 극복하며 인생의 완성을 이루려는 노력과, 그것이 주는 철학으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진정성이 우리는 물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한류드라마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지도 오래 되었다.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였지만 드라마만 한류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K-POP이나 화장품으로 지칭되는 K-뷰티 정도가 차라리 번성하고 있는 편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막장드라마, 어설픈 판타지가 한국문화왜곡까지


한때 한국드라마라면 사족을 못 쓰던 몇몇 나라들도 한국드라마들을 외면하기 시작한 징조가 여기저기 나타난다. 허구한 날 출생의 비밀에 음모에 악행에, 온갖 말도 안 되는 막장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사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모자라는 인간이 되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유치한 다툼만 끝없이 되풀이 하고 있다. 어느 새 한국의 드라마에는 그저 정상적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온통 비정상적인 인물, 괴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판타지니 퓨전이니 하면서 있을 수도 없는 황당무계하고 기상천외한 내용만 거듭거듭 다루고 있다. 드라마가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을 그려가는 것이 아니라 궤도를 이탈하고 일탈의 행동만을 내세우는데 질린 것이다. 한편 그런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남들의 눈에는 한국의 현실과 한국의 문화가, 한국의 도덕윤리나 가치관이 모두 그렇게 밖에 안 되는가 의아해 할 정도다. 결국 이런 잘못 된 드라마의 양산과 수출은 작게는 우리를 왜곡시킨다. 그들에게 비치는 한국인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과거 초창기 한류드라마들 ‘사랑이 뭐길래’나 ‘대장금’ 등이 보여준 훌륭한 가치관과 우수한 문화의 한국은 어느새 사라지고 막장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왜곡한 추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부작용만을 낳고 있다. 작금의 한국드라마들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들이 사는 이야기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자꾸만 찡그려지고 불쾌해져 간다. 드라마의 한류는 결국 이렇게 막을 내리는가. 우리가 한때 할리우드영화를 즐겨 보다가 어느 새 국산영화를 많이 보게 된 이유는 뭘까. 그들이 얕은 잔머리로 드라마공학, 영화공학만을 앞세우면서 향기를 잃었기 때문이다. 한류에 앞장서고, 한류라는 문화콘텐츠를 생산해내던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의 진정성과 향기를 잃어버림으로써 거꾸로 문화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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