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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69)-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그 속에는 '사람'이 있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69)-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그 속에는 '사람'이 있다
내용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그 속에는 ‘사람’이 있다


케이블방송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계속 뜨고 있다. ‘응답하라 1994’로부터 지금은 ‘응답하라 1988’이 그 즈음 서울변두리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요즘 들어 지상파의 드라마들도 갈수록 저조하고 그 인기가 시들해져 가는 판에 왜 케이블의 드라마가 잘 나가고 있는가. 결국은 사람들이 많이 보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타지니 막장이니 하면서 온통 이야기를 뒤틀고 온갖 억지를 남발한 나머지 드디어 저 품격 드라마라는 소리까지 듣는 지상파드라마들을 제치고 드디어 하나의 사회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사람들은 막장과 같은 드라마를 욕을 하면서도 많이 본다고들 하지만 그와 같은 주장의 근거나 정확성 여부와 관계없이 막장이 아닌 아주 정상적인 드라마도 잘만 만들면 누가 뭐래도 본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드라마는 본래 무슨 짓을 하든지 결국은 인간본질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속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나와야 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즉 ‘사람 살아가는 생활 속 드라마’로 있어야 제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아무나이기도 하지만 결코 ‘아무나’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간을 말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가치관,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예컨대 드라마가 마약에 취한 듯 어딘가 모자라거나 비현실적이며 비정상적인 괴물을 인물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드라마든 드라마 속에는 처음부터 ‘사람’이 나와야지 괴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보통 저 나이 저 교육정도에서 어쩌면 인간이 저렇게도 뭘 모르고 일탈과 탈선과 불법과 악행들만 되풀이 할까. 인간 자체가 혐오스럽고 의심스럽다.


드라마는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
내용중심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사는데 충실하기는커녕 끊임없이 말썽만 피우고, 어떡하면 터무니없는 저런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을까만 연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을 비롯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다. TV드라마를 잘못 알거나 잘못 이해하고 인간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자고나면 하는 일이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아니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에게 해코지나 하고, 남은 물론 가족도 부모도 자식도 동료도 미워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날뛰는 모습이 마치 지적인 면에서 저능아이거나 살아가는 일에는 일체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일종의 정신질환자들이 나와서 드라마 속 인물로 마구 설쳐댄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다 팽개치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나 캐고 돌아다니면서 주변의 모두를 원수로 대하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애정문제에만 모든 것을 걸고 거기에만 몰두하는가. 드라마가 사람이 사는 데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지 않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잡다한 곁가지들을 본론으로 삼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어딘가 이상한, 많이 모자라는 미숙아들이나 할 것 같은 행동과, 도무지 생각이란 찾아 볼 수도 없는 ‘괴물’들만 나오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적잖은 드라마들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 인간 같은 인간은 나오지도 않고 모두들 어디 딴 세상에나 있을 법한 해괴한 인물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인간의 가치, 인생으로서의 가치 있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tvN의 ‘응답하라....’가 튀어나온 것이다. 지상파 너희들 맛 좀 보라는 식으로 조금은 지나간 시절이지만 그런대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tvN의 드라마들이 지상파나 종편채널에 비해 어쩐지 화면(영상)이 좀 궁색해보이고 답답한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느닷없이 예능프로그램에서나 듣던 염소울음소리까지 가끔씩 깔고 하는 것이 드라마를 더 희화화 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트렌디나 판타지나 막장에는 사람이 없고,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응답하라....’의 경우 드라마 공학이 아닌 내용, 즉 인문에 들어가 보면 그래도 사람들이 나오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화려한 픽션이나 요즘 드라마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판타지도 아니고, 무슨 어설픈 전문직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 속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진솔한 삶을 사는 인간들이 나온다. 그 시절의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으며, 그때는 인간의 본질이란 것이 어떤 형태를 띠고 나타났으며, 괴물이 아니라 그저 엄혹하게 살아가야 했던 소박한 인간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TV드라마는 바로 나 자신이나 이웃의 살아가는 이야기라야 한다. 그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나름의 진실 또는 진정성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전하는 매체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되니까 근래 들어 부쩍 판타지니 막장이니 하는 편법이 오히려 정설인양 안방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셈이다. ‘응답하라...’는 바로 이런 현상을 비웃으며 등장한 것이다. 드라마의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완벽하진 않지만 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수많은 지상파드라마들을 제쳐두고 바야흐로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사람 같은 사람도 없고 더욱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데, 저기 저 구석 어느 케이블방송에서 어쩐지 사람이 나오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꾸역꾸역 하고 있으니 보는 것이다. 우리는 TV드라마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제발 사람이 나오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란한 수사로 나불대는 대사가 있거나 연기자들의 스타성이 화려하거나 어딘가 시원한 화면도 아니다. 차라리 촌티가 나고 제작비를 적게 들인 좀 싸구려 티도 난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본다. 왜? 거기에는 ‘사람’이 있고 다소 철지난 거지만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살아가는 이야기, 생활이 있는 드라마에 얼마나 목말랐으면 이미 몇 십 년 전 이야기에 사람들이 눈과 귀를 기울이겠는가. 누가 뭐래도 TV드라마는 공학(工學)이 아니라 인문학임을 말해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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