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인문학(65)-한국형 드라마와 한류와 한국적 드라마 새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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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TV일일연속극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일일극에 길들여진 한국의 시청패턴 여전해 세계 각국의 TV드라마를 보면 일일극을 편성하는 나라는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애당초 일일극을 아예 하지 않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소프(soap)오페라’라고 해서 비누회사가 스폰서가 된 일일극을 방송했었다. 물론 일본의 일일극도 우리보다 먼저다. 그들도 한 때는 온통 일일극 세상이었고, 전 국민을 울린 드라마도 일일극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일일극이 거의 사라진 상태고, 일본 같은 나라는 일부 남아 있어도 예전처럼 그렇게 왕성하지도 않고 비중이 그리 크지도 않다. 이제는 유독 우리만 일일극시장이 건재하고 채널마다 아침저녁 일일극이 편성돼 여전히 드라마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바로 그 한국의 텔레비전일일연속극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나라 TV일일연속극의 효시는 1964년 당시 TBC-TV의 개국과 동시에 시작한 한운사 극본, 황은진 연출의 ‘눈이 내리는데’였다. 그때는 방송사의 제작시설도 미비하고 당연히 흑백TV시절인데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비로소 녹화기를 들여오긴 했으나 중간에 NG가 나면 그 부분만 다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돌아가 온통 새로 찍어야 했던 때였다. 의욕은 넘쳤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 과감하게 일일연속극을 시도한 것까지는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실제 드라마의 제작여건은 이 최초의 일일연속극을 오래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약 한달 남짓 끌다가 결국 끝을 맺었다. 이 바람에 이 최초의 한국텔레비전일일연속극을 실패로 규정짓는 견해들도 있다. 단지 일일극을 오래 끌지 못했다는 이유보다는 당초 의도대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들이 작용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최초의 일일연속극이 남긴 여운과 가능성, 최초로 매일매일 연속적인 이야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일극 치고는 잠시 잠깐의 한 달 남짓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제가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 봐도 사람들의 일일극에 대한 미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눈이 내리는데/ 산에도 들에도 내리는데/ 모두가 세상이 새하얀데/ 나는 걸었네/ 임과 둘이서/ 밤이 새도록 하염없이, 하염없이/ 아아....’이 노래가 남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특히 여성시청자들의 관심이 일일연속극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일일연속극시대도 사실상 시청자의 요구에 의해 열렸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초의 일일연속극 ‘눈이 내리는데’ 주로 여성들의 요구로 일일극 부활 드디어 1969년 5월에 KBS-TV에서 ‘신부 일년생’이라는 일일연속극의 부활로 일일극 붐이 일기 시작한다. 실패로 규정지었던 TBC의 최초의 일일극을 교훈 삼아 KBS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 일일극을 부활시켰고, 그 결과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눈이 내리는데’ 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길게 나가는 일일연속극에 성공한다. 이와 거의 동시에 KBS는 ‘행복이라는 것은’이란 일일연속극도 성공시킨다. 전국에서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방송사로 보내왔다, 주로 여성(주부)들이었지만 이런 호응이 한국에서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을 뿌리 내리게 하는 기본 동력이 되었다. 드디어 KBS는 1970년 2월 4일 야심의 일일극 한운사 극본, 김연진 연출의 ‘아버지와 아들’을 내보낸다. 한국의 근대사와 더불어 한 집안이 역사의 소용돌이와 함께 살아온 과정을 그리는 사회성과 시대성이 짙은 일종의 대하 극 성격의 드라마였다. 그러자 민간상업방송 TBC가 채 한 달도 못된 3월 2일부터 순 여성취향의 ‘아씨’(임희재 극본, 고성원 연출)라는 일일극으로 맞불을 놓는다. ‘아씨’는 훗날 국민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올렸고, 상대적으로 남성드라마로 알려진 ‘아버지와 아들’은 시청률은 다소 뒤졌지만 많은 남성시청자와 소위 식자층을 일일극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일일극 경쟁은 우선 그 성향에 있어서 양분된 채 시작된 셈이다. 가련한 여성의 생애를 그려가는 쪽과, 남성위주의 시대를 그려가는 쪽 두 갈래로 나눠져 진행되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채널 권을 가지고 서로 싸울 정도로 드디어 일일극에 불이 붙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한국최초로 1백회를 돌파한 일일연속극이 되었고, ‘아씨’는 무려 2백 53회까지 끌다가 대 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렇게 한국의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은 어느 새 시청자들의 생활환경으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되었다. 최장수 일일극의 기록 ‘보통사람들’ 가계부나 일기를 쓰듯 나간 홈드라마 매일 밤 몇 시에 연속극이 나가고, 그 시간에는 다른 일 다 제쳐놓고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승승장구, 일일연속극은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드라마편성시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물론 곧 이어 나온 또 하나의 인기드라마 ‘여로’와 주로 MBC를 통해 나간 김수현드라마의 등장, 그 일련의 일일연속극이 빵빵 터지는 바람에 사람들은 이제 일일극을 떠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종의 중독현상이었다. 특별한 극적상황이 아닌 그저 자질구레한 집안과 가족사,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은 거기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긍정적이고 밝고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로 사람들은 위안을 받고 나름의 정서와 동시대의 문화와, 삶의 지혜와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었다. 결국 텔레비전일일연속극 사상 최장수 대 기록을 세운 일일극 드라마가 탄생한다. KBS가 1982년 9월 20일에 첫 방송을 낸 나연숙 극본, 최상식 연출의 ‘보통사람들’이 그것이다. 탤런트 이순재를 가장으로 할머니 역의 황정순과 아들 역의 이영하 등 3대가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였다. 다시 말해 이 저녁 일일연속극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평균적인 가정의 실생활을 그려가는 시간으로 굳어졌고, 사람들은 바로 그 한국의 평균적인 가족과 가정의 문화를 보려고 이 시간을 활용하기에 이른다. 드라마의 흐름은 늘 화기애애하고 아름답다. 일상생활 속에 언제나 마음이 즐겁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드라마의 장면 장면으로 등장했다. 1984년 3월까지 무려 4백 90회나 방송되는 일일극 사상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길이로 봐서는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장수 일일극을 통해서 시청자의 생활리듬이 한 동안 관습화 됐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일일극을 통해 평균적인 삶과 생활을 체험하고 측정하는 잣대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일극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해보게 하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별다른 자극 없이 진솔한 삶의 가치와 윤기를 발견하게 만든다는 사실! 특히 온가족이 비교적 함께 보기 좋은 시간에 방송되는 일일극은 결국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불륜, 부도덕, 복수, 음모, 악행, 저속, 저 품격, 저급한 언어, 폭력, 폭행, 거짓, 범법, 가정과 사회윤리의 파괴, 도덕적 일탈 등의 부정적 내용으로 치닫는 막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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