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 ‘낭만닥터 김사부3’과 단막극 ‘산책’을 뽑으면서 올해도 우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케이블, 종편채널의 모든 TV드라마를 대상으로 치열한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일반시청자평가단과 전문가 그룹이 빠짐없이 모니터를 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매 분기 네 차례의 토의와 합평을 통해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먼저 일일극과 주간극 및 미니시리즈 등 연속극 부문에서는 한 해 동안 방송된 드라마 가운데 JTBC의 ‘나쁜 엄마’와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3’을 최종 선정 작 후보로 추천하여 올리는데 별 이의가 없었다. 중간에 같은 의료계의 장르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닥터 차정숙’도 언급은 됐으나, 비교적 의사들 개인 가정사 쪽에 비중이 큰 이야기라 그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인간을 그려낸 ‘낭만닥터....’와는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나쁜 엄마’는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쪽에 치우쳐 정서의 정당성을 잃어버리거나 적잖은 무리가 있었고, 상당부분 리얼리티가 결여되는 바람에 설익은 느낌이 들어 부담스러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낭만닥터 김사부3’을 연속극 부문 올해의 좋은 드라마로 선정했다.
이 ‘낭만닥터....’는 이미 방송된 시즌1과 시즌2의 명성에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다. 그 연장선에서 각 시즌을 관통하면서 이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장 현실에 근접하게 그렸고,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절실함이 여기저기서 번득이고 있었다.
무릇 TV드라마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인간을 그려내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유독 이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고 때로는 전율하고 때로는 공감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과연 요즘 드라마들의 추세나 경향은 올바른 것인가. 가령 역사물을 한다면서 옷만 바꿔 입은 사실상 터무니없는 현대물을 버젓이 만들지를 않나. 발상 자체가 현실이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역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상천외의 판타지 내지는 사기극을 TV드라마의 흐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작금의 우리 TV드라마 현실에서 그나마 진정성 있는 다양한 인간을 그려내려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한편 단막극은 우리가 해마다 격려 차원에서 꼭 뽑으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완성도가 높거나 의미 있는 작품이 없어 전전긍긍 하던 차에 이번에 신인작가가 쓴 tvN의 ‘산책’을 만나 올해의 좋은 드라마로 흔쾌히 선정했다. 살아가는 문제, 사람의 문제를 덧칠 없이 아주 담백하고 순수하게 다뤘다는 점에 하등의 이견이 없었다.
언제나 다양한 계층의 불특정다수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보게 되는 TV드라마의 덕목은 통신매체 자체제작 OTT 드라마들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뽑은 좋은 드라마 단막극 ‘산책’은 TV드라마 본래적 기능을 갖춘 무공해적 감동이 큰 점수를 받았다. 요컨대 드라마는 기교가 아니라 내용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차분하게 넘나들면서 인간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소박하게 그려낸 드라마! 모처럼 좋은 단막극 한편을 뽑은 것 같아 우리 모두는 기분이 좋았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신상일 전문위원 | 방송작가, 방송평론가,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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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전문위원 | 한국극예술학회 편집이사, 고려대학교 인문융합연구원 연구교수 |
박상은 전문위원 | 드라마 연구가,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등 희곡론 및 영상문학론 강의 |
오영미 전문위원 | 교통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경원대학교 강사 |
시청자 평가단 | 김지은 서채화, 안승미, 이미정, 임정미, 전예림, 최다은, 최은교 |